'도쿄 소나타' 리뷰

흐름과 시선

by 모아이

유튜브 채널 무비랜드의 팟캐스트에서 김오키 님이 ‘도쿄 소나타’란 영화를 추천하셔서 이번에 보게 되었다.


시선

이 영화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카메라의 시선이었다. 배우의 행동들이 화면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듯, 마치 밀레의 그림처럼 카메라를 채우고 있다. 집 씬에서 가족들이 함께 있는 씬들을 보면 여러 프레임이 가족들을 가리며, 관객으로 하여금 답답함과 가족들의 단절을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확실한 시선을 가지고 있으면서 감독은 배우가 말할 때는 그 자리를 배우에게 내어준다. 종종 술자리를 가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어른들이 있다. 감독은 그와는 다르다. 자신이 할 말을 하면서, 배우들이 연기할 때는 배우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이러한 관록과 여유가 이 영화를 풍성하게 하는 요소이다.



흐름

이 영화 곳곳에서 ‘흐름’의 이미즈를 볼 수 있다. 주인공의 집과 무료 급식소 옆에 지하철, 도시를 가로지르는 차량들, 사람들의 움직임, 그리고 강물. 이러한 흐름과 달리 아내는 집에만 갇혀 있다. 그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흘러가는 대로 살았을 뿐인데, 어딘가에서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도망. 그렇게 차를 타고 목적지 없이 간 곳은 ‘흐름’이 끝나는 곳, 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배도 아니고, 육지도 아니다. 아무것도 없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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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관성

나이를 먹으며 ‘삶의 관성’에 관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물이 흐르듯, 관성에 따라 흘러가는 ‘삶의 관성’. 어린 시절, 나는 틀에 박힌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어른이 되면 ‘틀’에서 벗어난 무한한 가능성을 사람이 되고 싶었다. 허나 한 살씩 나이를 먹으며 깨닫는다. 무한한 가능성은 둘째 치고 하루하루 문제를 수습하며 살기도 벅차다. 인간관계, 돈 문제, 도덕 문제, 해결할 수 있을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문제들 등등. 이런 바쁜 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규칙을 만든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말이다.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해야 하는 것과 하지 않아야 하는 것. 그렇게 나도 어린 시절 싫어하는 톱니바퀴란 ‘틀’을 하나씩 만들게 된다. 근데 이렇게 만든 ‘틀’이 잘 움직이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인생은 그렇게 흐르지 않는다. 왜인지 모르지만 잘만 굴러가던 톱니바퀴가 어딘가에서 삐걱거린다.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도 감도 안 온다. 그런 경우엔 그냥 ‘도망’가고 싶어진다. 마치 이 영화의 아내 역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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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

이 영화에서도 가족원 4명 모두 각자 회피하고 도망간다. 하지만 모두 도망이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결국에 돌아온 곳은 집. 문제가 시작된 집. 대화는 없다. ‘힘들었지?’ ‘어디갔었어!’ 이런 말도 없다. 그저 함께 식사를 한다. 전과는 어딘가 달라진 것 같아보이긴 한다. 그래서 이 가족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느냐? 이 영화에선 그 답을 내리지 않는다.

식사 씬 다음에 이어지는 아들의 피아노 연주회 시퀀스. 아들이 입장하기 전에 긴장한 남편의 눈빛. 그리고 아들이 입장하여 연주가 시작되자 그렁그렁해지는 남편의 눈. 그리고 아름다운 연주가 끝나면 가족은 함께 빛이 향하는 곳으로 나간다. 흔히 보여주는 ‘잘했어!’ 이런 칭찬을 하는 시퀀스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그들은 빛이 향하는 곳으로 나아간다. 이 모습을 사람들은 지켜본다. 그리고 음악 없이 정리하는 소리가 들리며 크레딧이 올라 가더니, 피아노 뚜껑을 닫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영화가 완전히 끝난다.

‘도쿄 소나타’의 ‘소나타’는 이 가족을 상징하는 결말로 남지 않는다. 이 가족들이 함께 다시 뭉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한번씩 도망가 보았기 때문에 뭉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도망치지 않고 서로의 소리, ‘소나타’를 들으며 나아간다.


마치며

위에서 ‘흐름’이니 ‘관성’이니 떠들어 댄 것은 어떤 누구는 공감 못 하는 과장된 표현일 수 있다. 내 경험에 비춰보았을 때, 내가 이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일 뿐이다. 마치 거울과도 같은 영화다. 다른 사람은 이 영화에서 무엇을 발견했을지 궁금하다. 나아가 내가 아이가 생겼을 때, 다시 이 영화를 보면 무슨 감정을 느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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