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를 인식했다고 해서
바로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이해와 선택 사이에는
항상 시간이 남는다.
그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겉으로는 여전히 관계가 유지되고,
하루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게 흘러간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살 수 없다는 감각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시기의 나는
결정을 미루고 있었던 게 아니다.
결정이 아직
몸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 가까웠다.
머리는 이미 구조를 이해했지만,
몸은 여전히
그 안에서 버티는 방식에 익숙했다.
그래서 멈춰 있었다.
나아가지도,
완전히 돌아서지도 못한 채로.
이 멈춤은
비겁함이 아니라
전환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무너짐의 끝에는
항상 정적이 남는다.
울음도, 분노도 아닌 상태.
다만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일 수 없다는 감각만이
조용히 남아 있었다.
이 간주는
이야기를 잇기 위한 쉼표다.
아직 선택은 나오지 않았고,
결론도 없다.
다만 여기까지가
‘버텨야 하는 구조’ 안에서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