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편. 그래도, 다시 흔들리는 순간이 온다

by 모온

나를 기준으로 두기 시작하고,

조금 덜 애쓰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해서

모든게 바로 편해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순간에는

더 헷갈렸다.


예전에는 무조건 참는 쪽이었으니까

고민할 것도 없었다.


힘들어도 그냥 가고,

괜찮지 않아도 넘기고,

그렇게 하면

적어도 선택에 대한 책임은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이건 내가 감당할 건지,

여기서 멈출 건지,

이걸 받아들일 건지.


하나하나

내가 선택해야 한다.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떤날은 잘 해낸 것 같다가도,

어떤 날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진다.


괜히 또

참고 있고,

괜히 또

나를 뒤로 미루고 있고,

나중에야

아, 또 그랬네

하고 알아차리는 날들.


그럴때면

조금 허탈해진다.


이제 좀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건가 싶어서.


그래도

이전과 다른 건 하나다.


이제는

그걸 알아차린다는 것.


그리고

그걸로

끝내지 않는다는 것.


예전 같았으면

그 상태로

그냥 흘려보냈을 순간에서,

지금은

잠깐 멈춰서

다시 나를 본다.


지금 나는 어디쯤에 있는지.


그리고

조금 늦었더라도

다시 돌아온다.


완벽하게 잘하는 게 아니라,

계속 돌아오는 쪽으로.


아마

이게 지금의 나에게는

더 맞는 방식일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찾을 수 잇는 쪽으로.


그래서 나는

다시 흔들리는 순간이 와도

이전처럼

겁내지 않으려고 한다.


이건

다시 무너지는 게 아니라,

여전히

과정 안에 있는 거니까.


나는 지금도

조금씩

그 안을 지나가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15편. 그래도, 나는 여기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