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편. 그래도, 나는 여기까지 왔다

by 모온

돌아보면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헷갈리는 날이 있고,

여전히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고,

여전히

어떤 선택 앞에서는

망설이게 된다.


완전히 괜찮아진 것도 아니고,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이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상태에 있다는 것.


예전에는

거의 모든 순간에서

나를 뒤로 미뤘다.


설명하려 했고,

이해받으려 했고,

관계를 맞추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자주 놓쳤다.


그게

익숙한 방식이었으니까.


지금은

그때처럼

살지 않는다.


모든 걸 다 바꾼 건 아니지만,

적어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머물러 잇지는 않는다.


조금 덜 설명하고,

조금 덜 애쓰고,

조금 더 나를 먼저 보고,

조금 더 나를 지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속도는 느리다.


가끔은

이게 맞는 방향인지도

잘 모르겠고,

괜히 다시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질 때도 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안다.


나는

멈춰 있지 않다는 것.


완벽하게 잘하고 있지 않아도,

중간중간 흔들려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것.


그게

지금의 나다.


누군가 보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일 수도 있고,

아직 멀었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안다.


이전의 나였다면

하지 못했을 선택들을

지금은 하고 있다는 걸.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어디까지 가야 괜찮아지는지가 아니라,

이미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인정해보려고 한다.


나는 아직

과정 안에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이 정도면

충분히

여기까지 잘 온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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