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흰둥이가 가족이 된 그해는 아프고 다치면서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흰둥이가 건강을 회복하고 우리는 두 번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덩치가 커지고 활발해진 흰둥이는 집에서도 외출에서도 힘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흰둥이가 아픈 후로 잠든 강아지에게 굿 나이트 인사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잠자리에 누워 있는 흰둥이 얼굴을 쓰다듬고 가까이 다가가 이렇게 속삭인다.
흰둥아 잘 자, 그리고 꿈속에서 우리 또 놀자.
흰둥아, 막 날아다니는 꿈 꿔~ 잘 자!
나는 주로 꿈에서 또 놀자거나, 날아다니는 꿈을 꾸라고 하는데 흰둥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꿈을 꾸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강아지들도 우리 인간처럼 꿈을 꾼다.
인간과 개는 잠들었을 때 거의 같은 수면 패턴을 보인다고 한다.
처음 잠이 들면 혈압과 체온이 내려가고 심박 수가 감소하며 호흡이 불규칙한 비렘수면에 이른다. 비렘수면은 아주 깊은 잠을 의미하며 일상적인 소음이나 반응에도 깨지 않는 등 깊고 질이 좋은 잠이다. 가끔 반려인들이 자신의 개가 자는 모습을 떡실신했다고 표현하는데 그 상태가 바로 비렘수면에 속한다. 이때는 대뇌의 운동도 적어지고 깊은 잠에 빠진 상태라 꿈을 꾸고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
우리도 꿈을 꾸지만 잠들어 있는 모든 시간에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주로 꿈을 꾸었다고 말하는 때는 렘수면일 때이다. 이때는 수면 중추의 영향으로 근육의 긴장이 풀려 몸 전체에 힘이 빠진 상태를 의미한다.
잠든 흰둥이는 가끔 다리를 떨거나 눈꺼풀을 파르르 떨리기도 하고 앞발 뒷발을 바둥거리며 심할 때는 누워서 달리는 듯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어느 날은 입을 쩝쩝거리며 입맛을 다시는가 하면 오물오물거리며 몽몽몽~ 짖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처음에는 흰둥이가 왜 이럴까 걱정스러워 혹시 가위라도 눌리나 깨운 적도 있는데, 그것이 꿈을 꾸고 있는 상태라는 걸 알고부터는 일부러 깨우거나 방해하지 않는다. 조금 격한 꿈을 꾸고 있거나 신나게 꿈속에서 한바탕 놀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개들은 꿈과 현실을 혼동하기 쉬워 어리둥절해 할 수 있으니 억지로 깨우지 않는 편이 좋겠다.
그렇다면 개들은, 또 나의 흰둥이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인간의 꿈이 기발한 스토리와 허무맹랑한 이야기,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의 연속이라면 개들은 그저 평범하고 일상적인 꿈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산책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때나, 주인과 함께 놀았던 때, 혹은 초인종 소리나 낯선 이들의 방문에 짖었던 상황들이 주로 꿈으로 나타난다. 개들은 그날 있었던 일을 복습하듯 꿈을 꾸는데 극히 평범하고 심플한 꿈이 대부분을 이룬다.
잠든 흰둥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흐뭇한 마음이 들고 말랑말랑 해지는 느낌이 든다. 역시 잠자는 강아지는 예쁘고 사랑스럽다. 숨 쉴 때마다 들썩이는 오동통한 배가 나를 유혹한다. 당장 보송보송한 털에 얼굴을 파묻고 마구잡이로 비비대고 싶지만 흰둥이의 달콤한 잠을 깨울 순 없다.
이 작은 생명은 그저 단순하고 평범한 꿈을 주로 꾸기도 하지만 기특하게도 잘 때도 주인 꿈을 꾼다고 한다.
하버드대 진화 심리학 디어드레 바넷 박사의 “강아지들은 주인에게 엄청난 애정을 느끼기 때문에 주인의 얼굴, 냄새, 그리고 주인을 기쁘게 했던 순간, 등 주인과의 기억으로 꿈을 꾼다"는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주인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강하면 꿈속에서까지 놓치지 않으려 했을까, 그 무한한 사랑을 받는 한 반려인으로서 가슴이 뭉클했던 기사였다. 나는 그저 잘 자라는 인사로 꿈에서 또 놀자고 했던 건데 흰둥이는 꿈에서조차 나를 그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괜히 눈물이 났다. 그리고 이 녀석을 조금 더 사랑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흰둥이와 함께한 두 번째 사계절 동안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은 한 해를 보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가끔 그 넘치는 에너지에 나는 힘이 부쳤지만 구김 없이 발랄하게 뛰어노는 흰둥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넘칠 만큼 행복했다.
자료출처
[도서] 강아지 탐구생활 / 요시다 에츠코 지음
[기사] 개는 어떤 꿈을 꿀까 / 한국일보
hankookilbo.com/v/21f8830e89ab4e76aa9d6e05241c6cb8
[기사] 강아지는 잘 때 주인 꿈을 꾼다. / 코리아헤럴드
khnews.kheraldm.com/view.php?ud=20161026000691&md=20161027003033_BL&k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