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필카로 담은 흰둥이
한 번의 셔터로 4컷이 찍히는 아날로그 카메라가 있었다. 플라스틱 외관의 토이 카메라였는데 그것이 나의 필름 카메라의 첫 시작이었다.
"필름을 맞게 넣었나? 장난감 같은 게 과연 찍히기는 할까?"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작은 프레임 속 세상에 집중하고 셔터를 누르는 그 찰나의 순간들이 좋았다. 비록 발로 셔터를 누르는 형편없는 실력이라 수많은 롤의 필름과 컷이 묻혀갔지만 조금은 불편하고 많이 느린 아날로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나의 최고의 피사체이자 뮤즈가 흰둥이였으니 결과야 어떻든 사진 찍는 일이 행복했다.
하지만 토이 카메라의 결과물은 한 손으로 꼽을 만큼 처참했다.
버려지는 필름이 아까워 고민하던 중에 하프카메라인 올림푸스 pen ee-3를 선택했다.
하프카메라는 필름 한 장에 두 컷의 사진을 담을 수 있어서 필름을 아끼며 막 찍어도 부담은 적었다.
그래도 아날로그로 한참 활동량이 많은 흰둥이를 멋지게 담기에는 부족했다.
흰둥아, 가만있어 봐!
자, 하나~ 둘~ 아니, 아니, 잠깐만!!!
이렇게요?
가만히 있을게요.
초점 좀 잘 맞춰봐요!
네가 자꾸 움직이니까 자꾸 초점이 안드로메다로 가잖아!
치!
이렇게 가만히 있었는데
누나 혹시 발로 찍었어요?
내가 뒷발로 찍어도 그것보다 낫겠네.
토이와 하프를 거치며 나는 겁도 없이 수동 필름 카메라를 손에 들었다.
실력이야 늘~ 제자리였지만 결과물 따위에 좌절하지 않고 중후한 멋과 클래식한 자태를 풍기는 Me-super를 영입한 것이다. 사실 그때 나는 fm2를 열망하고 있었지만 내 실력엔 미슈퍼도 과한 정도였으니 그저 바라보는 거로 만족했다.
나의 첫 수동 필름 카메라는 열심히 흰둥이를 담아내고 있었다.
필름을 현상하고 스캔을 받아 결과물을 확인하면 늘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초점과 제멋대로 무너진 구도에 실망했지만. 그런 나를 가엾게 생각했는지 흰둥이는 내가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가만히 참고 기다려주었다.
그 무렵부터 흰둥이는 카메라를 알아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걱정 마요, 누나.
내가 누나 사진작가 만들어 줄게요!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되죠?
자 이제 한번 제대로 찍어봐요, 누나.
흰둥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진작가가 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