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삐침의 발견

2008년

by 모레


피규어를 미끼로 사진 찍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흰둥이를 집중시키는 데는 나름 효과가 좋았다. 나도 양심은 있어서 몇 번은 흰둥이에게 피규어를 주었지만, 처참히 물어 뜯겨가는 피규어를 차마 볼 수는 없었다. 흰둥이에게 미안해하면서도 미끼로서 제 역할을 다 한 피규어는 흰둥이 손과 입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올려 두었다.



이제 됐죠?
나 그거 막 물어뜯어도 되죠???



주세요, 주세요.
네!
으응???



왜 안 주는 거죠?
설마 우리 사이에...
지금 장난쳐요?



정말 너무 하세요.
이 작고 어린 개에게
어쩜 이러실 수 있는 거죠?



됐어요.
그 벌거숭이들 이제 관심 없어요.

나 사진 찍기 싫네요.
개피곤해요.



당분간 혼자 있고 싶어요.


미끼를 너무 오래 우려먹은 듯싶었다.

어느 순간 흰둥이 표정을 보니 토라진 듯했다. 갖고 싶던 피규어를 흔들고 심지어 코앞에 가져다줘도 시큰둥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제야 강아지도 삐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 그까짓 거 다 물어뜯어 버려라.
피규어 그게 뭐라고. 미안해.
흰둥아,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버려!


삐쳐버린 흰둥이를 위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좋아요.
나 그럼 그거 통째로 줘요.
여기 내 밥그릇에
딱- 놔주세요.


강아지의 용서는 빠르다.

삐치기는 하지만 어르고 달래고 사과를 할 만큼 오래가지는 못한다.

그냥 이 말 한마디면 된다.


흰둥아~ 우리 예쁜 흰둥이 이리 와


그리고 예쁘다 쓰다듬어 주는 것만으로도 주인의 품에 찰싹 붙어 애교를 부리는 것이 반려견의 마음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강아지를 놀려먹는 주인의 마음이라는 것이.

실은 놀려 먹는 그게 또 재미있단 말이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흰둥이를 놀려먹는 버릇을 나는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아주 오랫동안 소소하게 계속 흰둥이를 놀리고 장난치고 했으면 좋겠는데 어쩌지 흰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