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ME SUPER fuji auto 100
흰둥이는 바다를 좋아하진 않는다.
11년 전 처음 바다를 마주했던 그날부터 아주 뜨거웠던 지난여름까지 흰둥이가 바다를 보고 좋아했던 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없이 푸른 바다를 향해 달렸다. 수동 필름카메라가 담은 바다를 향해 달렸던 그날의 추억을 꺼내어본다.
필름 한 컷에 담아낼 수 있는, 흰둥이가 활짝 웃으며 바다 위를 달리는 모습을 얻기 위한 나의 끝없는 도전이었을 그날의 추억들.
흰둥아, 어디가?
뭐가 그렇게 신이 났어?
어디로 달려가는 거야.
거긴, 바다인데...
똥강아지야 거긴 바-다-라-고!
코끝을 간질이는 바람에 나도 몰래 달렸죠.
비릿한 내음의 백사장인 줄도 모르고.
내가 막- 달리니까
아빠는 내가
바다가 반갑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나는 쉬가 좀 마려웠을 뿐인데.
파도를 그렇게 가까이서 보는데
아빠 품에서 쉬를 할 뻔했어요.
지금은 아빠가 저 멀리 계시네요.
당분간 아빠를 조심해야겠어요.
바다에 빠지진 않았어요.
조금 긴장했지만 나는 아빠를 믿었죠
근데 누나
모래가 자꾸 내 발을 먹어요.
필름 한 컷에 담아낼 수 있는, 흰둥이가 활짝 웃으며 바다 위를 달리는 모습을 얻기 위한 나의 끝없는 도전이었던 그날의 추억들. 이 정도면 성공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