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ME SUPER fuji auto 100
- A 컷과 B 컷의 차이란 과연 무엇인가요?
한 네티즌이 지식인에게 물었다.
- A 컷은 잘 나온 것이고 B 컷은 약간 덜 나와 아쉬운 사진입니다.
단순하지만 명쾌한 답변이었다.
나의 사진은 거의 B컷이다.
뭐 나야 사진작가가 아니니까, 주눅 들거나 좌절하지는 않지만 앞서 말한 '약간 덜 나와 아쉬운 사진'들이 수두룩한 걸 보면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가 없는 시대에 살지 않음을 감사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필름카메라로 흰둥이를 찍을 때면 좀 더 멋진 결과물이길 바란다.
단순히 필름이 아까워서만은 아니다.
매 한 컷마다 그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찰나가 기억되고 추억으로 담기기에 아쉬운 B컷보다는 잘 나온 A컷이길 바라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근데 참 이상한 게 있다.
B 컷도 안 되는 그 이하의 사진들도 시간이 지난 후에 보면 하나같이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포토샵이 없어도, 필터나 효과가 없어도 필름 사진만이 가진 묘한 매력이 있다.
흰둥이가 카메라를 보고 있다가 눈을 질끈 감아버려도 혹은 귀찮아 잠들어버린 사진도 조금 아쉬운 B컷이지만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꺼내어 보면 행복해지는 순간이 온다.
어쩌면 흰둥이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쉬고 있는 '포즈를 취하지 않은' 가장 솔직한 모습이기에 시간이 지난 후 더 소중한 가치를 지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는 A 컷 사진을 꼭, 찍었으면 좋겠다.
늘 그럴 수는 없겠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안될까?
물론 내 욕심 뒤에는 쉬는 날 없이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모델의 노고가 있겠지만.
흰둥아, 욕심일까?
모델일이 쉽지만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