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어둡고, 차갑고, 삭막한, 캄캄한 겨울밤이 떠오른다.
좀 더 극적이고 아름다웠으면 떠올릴 때마다 행복하고 즐거웠을 텐데, 왜 흰둥이와의 첫 만남은 겨울의 매서운 바람처럼 기억될까?
인적 없는 어두운 밤, 매서운 칼바람이 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을 무렵 상가 앞에 놓인 케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어린 강아지 세 마리가 희미한 빛 아래 서로의 체온을 온기 삼아 몸을 웅크린 채 계절의 밤을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한겨울 추위와 두려움에 강아지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린 생명들이 어쩌다 냉기 가득한 콘크리트 위에 이대로 방치되어 있는 걸까?'
안쓰러움과 무거운 침묵 속에 한참을 서서 강아지들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운명처럼 강아지 한 마리가 몸을 일으켜 내게로 다가왔다. 얼어붙은 밤 추위와 졸음에 꼼짝 않는 두 마리와는 달리, 제일 작고 어린 하얀 털뭉치가 케이지를 앞발로 잡고 서서 나를 간절히 올려다보았다.
강아지는 손가락 만한 꼬리를 달랑달랑 흔들며 돌아가야 하는 내 이성의 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어디서 왔어?
왜 여기 있어?
춥지 않아? 엄마는?...
......
미안, 나는 이제 그만 가야 해.
멍멍아~ 안녕~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상가 앞 작은 강아지가 마치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누나, 나 좀 봐요.
이렇게 작고 어린데,
추운 겨울밤을 길 위에서 보내고 있어요.
나는 밥도 조금 먹어요, 그만큼 똥도 조금 싸겠죠.
내 눈을 봐요, 어디 말썽이란 걸 부릴 것처럼 생겼는지.
나 착해요.
그러니 나를 데리고 가면 내 애교에 웃음이 멈추질 않을 거예요.
누나, 나 좀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네?
집으로 가는 나를 올려다보며 말을 건네던 작은 하얀 강아지가 바로 지금의 흰둥이다.
이것이 나와 흰둥이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