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 한 자락
우연히 취재가 고향 근처로 정해졌다.
'아싸...!'
티는 내지 못했지만 집에 다녀온 지 꽤나 오래된 터라 들썩들썩 신이 났다.
드디어 기다리던 취재, 그런데 비가 온다.
'망할...!'
낭패다. 그래도 취재를 미룰 수는 없어 마음을 졸이며 취재지로 떠난다.
오후부터 큰 비 예보가 있어 새벽 일찍 길을 나섰다.
아직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아지지는 않고 있다.
비가 오지 않은 잠깐잠깐을 이용해 게릴라식 촬영을 한다.
얼마나 찍었을까? 빗방울이 점점 거세진다.
더 이상 진행을 할 수가 없어 적당히 취재를 접고
한껏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한달음에 엄마가 있는 집으로 달려간다.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엄마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인사를 건네고는 밥부터 차리기 시작하신다.
오늘도 내 취향을 저격할 엄마의 요리 마법이 시작된다.
<바지락 볶음>
볶음용 팬을 준비해서
파, 청고추, 마른 홍고추, 마늘을 넣고 기름을 살짝 두르고
볶아서 향을 내다가 손질한 바지락을 넣고
바지락이 입을 버릴 때까지 볶아준다.
이때 너무 휘휘 저으면 입을 벌리지 않으니 타지 않을 정도로만 저어줄 것.
바지락에서 물이 나와 국물이 되니 따로 물을 부을 필요가 없고,
자체에서 짠맛이 나와 간이 맞춰지니 소금을 넣을 필요가 없다.
바지락이 다 익을 때쯤 매운맛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직접 만드신 청양고추 소스를 넣고 휘휘 저어주면 완성!
[보글보글 끓고 있는 바지락]
밥 먹는 것도 잊고 바지락을 열심히 까먹는다.
매워서 콧등에 땀이 난다.
지난 일주일간 쌓였던
스트레스와 고민, 피로들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다.
역시 엄마의 밥상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힘나는 위로가 된다.
몸안에 기운이 빠져나가 에너지가 떨어지는 게 느껴지는 날이면
엄마의 밥상이 간절해집니다.
냉장고에 있는 김치를 꺼내 뚝딱 차리는 밥상
내가 좋아하는 재료를 잔뜩 넣고 만든 나만을 위한 음식들
먹는 내내 반찬을 신경 써주며 이것저것 권하는 젓가락
콩을 골라내는 내게 눈을 흘기는 화난 얼굴
반찬이 짜다는 타박에 이만해야 밥반찬이 되는 거라고 우기는 당당한 표정
이 모든 것이 그대로 엄마의 밥상이 됩니다.
땀 뻘뻘 흘리며 한 그릇 해치우면
그동안 내게 일어난 일들이 참 별것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서 가장 나를 걱정하는 표정으로
내 앞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있는 사람
... 엄마...
당신은 내게 늘 한결 같은 위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