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솔티카라멜쿠키의 그늘
솔티카라멜쿠키는 언제나 바쁘다. 오늘은 교내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방송에 참석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앞에 나가 말하는 일을 좋아해 대학교에 들어온 뒤에는 교내 아나운서에 지원했다. 밝은 조명을 받으면서 무대 위 서 있으면 무대 아래 사람들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시선은 잘 느껴진다. 조금 떨리는 순간도 있지만 무대 위에서 나에게 집중되는 시선을 느끼는 것이 좋다.
교내 방송의 게스트는 평소에도 좋아하던 우리 학교 출신 모델이다. 미리 질문을 정리해 두었지만 슛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이 됐다. 다행히 방송은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되었다. 팬이라고 말하자 선배는 SNS 팔로우를 해주었다.
방송 이후에도 선배와 간간이 DM을 주고받으며 고민을 나누게 되었다. 시험이 끝난 뒤 잦은 뒤풀이로 살이 조금 쪘다고 털어놓자, 선배는 한 병원을 추천해 주었다. 그곳에서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약을 처방받았다. 나비 모양의 약이었다. 약을 먹은 후에는 몸에 붙은 군살도 조금 빠진 느낌이고, 정신도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약을 먹지 않은 날의 아침은 유난히 길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조여 오는 느낌이 들었다. 방송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체력이 바닥난 기분이었다. 평소라면 넘겼을 사소한 소음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리허설 중 조명이 조금 늦게 켜지자, 이유 없이 짜증이 치밀었다.
스태프의 말투가 거슬렸고, 질문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조차 참을 수 없게 느껴졌다. “아까 말했잖아요.”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말을 내뱉고 나서야 내가 놀랐다. 예전의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과할 여유도 없었다. 불안은 점점 커졌고, 심장은 이유 없이 빠르게 뛰었다. 머릿속은 하얘졌고,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이 오히려 공포처럼 느껴졌다.
약을 먹으면 이 모든 감각이 조용해졌다. 떨림도, 초조함도 함께 가라앉았다. 그래서 더 끊기 어려웠다. 약이 없을 때의 나는 너무 불완전해 보였고, 그 상태로 사람들 앞에 서는 건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처방받은 다이어트 약은 점점 줄어들었고, 더 이상의 처방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살이 찌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정신이 또렷해지고, 카메라 앞에서도 긴장이 사라지며, 말이 술술 나오는 상태. 그 감각을 다시 느낄 수만 있다면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때 선배가 다른 약을 알려줬다. 그것이 병원에서 나온 약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처방전도 없었고, 포장도 단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기준은 바뀌어 있었다. 다시 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약이든 상관없었다.
처음과 같은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다. 같은 약을 먹어도 집중력은 점점 짧아졌고, 방송 전의 긴장을 눌러주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말을 시작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졌다. 약을 찾는 횟수는 늘어났고, 어느 순간부터는 약을 먹지 않으면 바깥으로 나서는 일조차 어려워졌다. 결국 방송을 잘하기 위해 시작한 약은, 방송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솔티카라멜쿠키는 묵직하고, 입안에 까끌까끌 남는 대가가 있는 단맛에 발이 묶였다. 씁쓸한 끈적임은 끝내 발목을 놓아주지 않았다.
솔티카라멜쿠키는 묵직하고, 입안에 까끌까끌 남는 대가가 있는 단맛에 발이 묶였다. 씁쓸한 끈적임은 끝내 발목을 놓아주지 않았다.
부마안 TIP — 지금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혼자 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그건 네가 약해서가 아니야. 중독과 의존은 혼자 견디라고 만들어진 문제가 아니고, 도움을 받으며 다뤄야 하는 문제야. 필요하다면 함께한걸음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처럼, 안전하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기억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