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스모어쿠키 이야기

3-2. 알코올이 우리 몸에 일으키는 변화

by MoA

3-2. 알코올이 우리 몸에 일으키는 변화


스모어쿠키는 감정을 말로 풀어내는 데 서툴러, 술에 기대어 감정을 조절하곤 했다. 술을 마신 직후에는 뇌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의 작용이 강화되어, 불안과 긴장처럼 우리를 조심하게 만드는 감정을 먼저 눌러준다(Koob, 2004). 그래서 마음이 풀린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전두엽이 맡고 있던 판단과 감정 조절의 기능도 느슨하게 만든다. 그 결과 평소에는 참고 넘겼던 분노나 슬픔, 과장된 들뜸 같은 감정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흘러나온다(Steele & Josephs, 1990). 술은 감정을 없애지 않는다. 다만, 어떤 감정은 조용히 눌러두고 어떤 감정은 그대로 풀어버릴 뿐이다.


알코올을 반복해서 마시면 뇌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응하기 시작한다. 단기간의 음주는 억제성 신경물질인 GABA를 활성화시키지만, 만성적인 음주가 이어지면 뇌는 “이미 충분히 억제되었다”고 판단해 GABA에는 점점 둔감해지고, 대신 흥분을 담당하는 글루탐산(glutamate)의 활동을 키운다. 그래서 술이 없을 때는 불안과 흥분이 동시에 치솟고, 충동을 제어하지 못한 채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결국 술을 마셔야만 “원래의 나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알코올 의존의 핵심이다. 알코올 의존은 더 즐거워지기 위해 술을 마시는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불안과 공허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견디기 어려워져 그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술을 찾게 되는 상태에 가깝다. 술이 주는 쾌감은 점점 줄어드는 대신, 술이 없을 때의 불쾌감이 커지면서 다시 술로 돌아가게 되는 ‘부정적 강화’가 형성된다(Koob, 2014).


알코올의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잠이 빨리 오게 만들지만, 수면의 구조 자체를 흐트러뜨린다. 수면 초반에는 억제 작용으로 서파수면(SWS)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각성이 잦아지고 수면이 쉽게 깨진다. 특히 기억과 감정 정리에 중요한 REM 수면은 지연되고 전체 양도 감소해, 수면의 회복 기능이 떨어진다. 그 결과 밤새 잠을 잔 것처럼 보여도 뇌와 몸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다. 술에 의존해 잠들수록 수면의 질은 점점 나빠지고, 만성적인 피로와 불면으로 이어지기 쉽다(Ebrahim et al., 2013).


알코올은 기억력을 단순히 흐리게 만드는 물질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기억이 만들어지고 저장되는 과정 자체를 방해한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도 사람은 대화를 하고 행동을 하지만, 그 경험이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지 못한 채 사라지기 쉽다. 이는 기억 형성의 핵심 역할을 하는 해마(hippocampus)의 활동이 알코올에 의해 억제되기 때문이다. 음주량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기억 장애는 더 뚜렷해지며, 많은 양을 빠르게 마실 경우 술을 마시는 동안의 일을 부분적으로 또는 통째로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가 반복되면 기억력 저하와 판단력 감소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알코올 관련 인지 장애나 알코올성 치매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White, 2003; Sachdeva et al., 2016).


술을 해독하는 대부분의 부담은 간이 떠안는다. 간은 말없이 버티지만, 반복되는 해독 과정 속에서 서서히 손상되고, 결국 지방간, 간염, 간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간경화는 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해독되지 못한 독소가 몸에 쌓이고, 지혈이 잘 되지 않으며, 복수·출혈·의식 저하 같은 전신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이 주는 이익도 분명히 있다. 불안을 낮추고, 긴장을 풀어주고, 잠시나마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것이 과해지는 순간, 알코올은 소탐대실이 된다. 내가 얻고자 했던 진정 효과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소중한 기억, 나의 몸, 그리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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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이 주는 이익도 분명히 있다. 불안을 낮추고, 긴장을 풀어주고, 잠시나마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것이 과해지는 순간, 알코올은 소탐대실이 된다. 내가 얻고자 했던 진정 효과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마안 TIP — 이 글이 너나 주변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면 혼자 버티지 말고 가까운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에 상담을 받아봐. 중독과 정서 문제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회복의 과정이야.



1) Koob, G. F. (2004). A role for GABA mechanisms in the motivational effects of alcohol. Biochemical Pharmacology, 68(8), 1515–1525. https://doi.org/10.1016/j.bcp.2004.07.031

2) Steele, C. M., & Josephs, R. A. (1990). Alcohol myopia: Its prized and dangerous effects. American Psychologist, 45(8), 921–933. https://doi.org/10.1037/0003-066X.45.8.921

3) Koob, G. F. (2014). Neurocircuitry of alcohol addiction: Synthesis from animal models. In Handbook of Clinical Neurology (Vol. 125, pp. 33–54). Elsevier. https://doi.org/10.1016/B978-0-444-62619-6.00003-3

4) Ebrahim, I. O., Shapiro, C. M., Williams, A. J., & Fenwick, P. B. (2013).

Alcohol and sleep I: Effects on normal sleep. Alcoh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 Research, 37(4), 539–549. https://doi.org/10.1111/acer.12006

5) White, A. M. (2003). What happened? Alcohol, memory blackouts, and the brain.

Alcohol Research & Health, 27(2), 186–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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