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솔티카라멜쿠키 이야기

4-2. 마약이 뇌에 남기는 흔적

by MoA

4-2. 마약이 뇌에 남기는 흔적


솔티카라멜쿠키는 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왔다. 중독의 시작은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이었지만, 이후에는 불법적인 마약에까지 손을 대게 되었다.


설명에 앞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약’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를 모두 ‘마약류’로 분류한다. 이들은 느낌이나 생각, 행동에 변화를 주기 위해 섭취되어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다.


이 중 향정신성의약품은 불법 마약과는 달리,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다. 수면내시경에 쓰이는 프로포폴이나 수면제로 사용되는 졸피뎀, 수술 후 통증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마약성 진통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향정신성의약품은 뇌와 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사용 기간이 길어지거나 용량이 늘어날수록 의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보통은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한 뒤, 꼭 필요한 경우에, 비교적 적은 용량을, 짧은 기간 동안 사용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약물 그 자체가 아니라, 기분이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약물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순간부터다.


물질사용장애(Substance Use Disorder)란 약물의 효과나 즐거운 심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다량의 약물을 반복적으로, 장기간 사용하면서 신체적·심리적·사회적 폐해가 발생함에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계속 의존하는 상태를 말한다(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22).


마약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뇌의 보상체계는 직접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뇌는 원래 음식 섭취, 휴식, 성취처럼 생존과 삶의 유지에 중요한 행동을 보상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마약은 이 회로를 과도하게 자극해 도파민 분비의 기준을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린다. 이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점차 기존의 보상에는 반응하지 않게 되고, 무엇이 ‘중요한 행동’인지에 대한 기준 자체가 달라진다.


그 결과, 이전에는 의미 있던 관계나 성취, 일상의 활동들은 점점 무감각해지고, 약물을 투여하는 행위가 가장 강력한 보상이 된다. 삶의 우선순위는 자연스럽게 약을 구하고, 사용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재편된다. 이는 개인의 의지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달라진 신경계가 만들어 낸 변화에 가깝다 (Tomkins & Sellers, 2001).


마약은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약이 아니다. 뇌가 즐거움과 안정을 느끼는 방식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물질이다. 한 번 바뀐 기준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중독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의 문제다.


중독 치료는 한 번의 결심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이미 바뀐 뇌의 기준을 다시 맞춰 가는 과정은 오래 걸리고, 그만큼 당사자도 가족도 쉽게 지친다. 치료의 목표를 ‘약을 하기 전의 나’로 잡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빨리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매일 하던 행동을 하루 쉬는 것, 그것부터 시작이다. 재발을 실패로만 보지 않고, 하루를 참아낸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멀리 가야 하는 치료의 여정도 좌절이 아닌 가능성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


오래 단약을 유지하더라도 모든 기능이 한꺼번에 회복되지는 않는다. 약물 사용 기간이 길었거나 여러 물질을 함께 사용한 경우에는 회복이 더 천천히 진행되거나 부분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Schulte et al., 2014).

이는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라기보다, 뇌가 이미 다른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독에서의 회복은 ‘예전으로 돌아가기’라기보다, 달라진 기준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는 과정에 가깝다. 이 사실을 조금만 일찍 알고 시작한다면, 실패로 느껴지는 순간은 줄어들고, 스스로를 탓하는 시간도 조금은 짧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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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던 행동을 하루 쉬는 것, 그것부터 시작이다. 재발을 실패로만 보지 않고, 하루를 참아낸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멀리 가야 하는 치료의 여정도 좌절이 아닌 가능성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


부마안 TIP - 가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한 번 일어나보자. 한 걸음밖에 못 간 것처럼 느껴져도, 치열하게 싸웠던 너의 하루는 사라지지 않아.



1)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제51조

2)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22). DSM-5-TR: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 text rev.). American Psychiatric Publishing.

3) Tomkins, D. M., & Sellers, E. M. (2001). Addiction and the brain: The role of neurotransmitters in the cause and treatment of drug dependence.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 164(6), 817–821.

4) Schulte, M. H. J., Cousijn, J., den Uyl, T. E., Goudriaan, A. E., van den Brink, W., Veltman, D. J., Schilt, T., & Wiers, R. W. (2014). Recovery of neurocognitive functions following sustained abstinence after substance dependence and implications for treatment. Clinical Psychology Review, 34(7), 531–550. https://doi.org/10.1016/j.cpr.2014.08.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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