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마음에게

by MoA

5-1. 중독을 회복시키는 환경


우리 주변에도 초코크런치쿠키, 레몬글레이즈쿠키, 스모어쿠키, 솔티카라멜쿠키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환경적 자극에 노출된다.


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과 물질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하지만 같은 환경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중독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여러 환경적 요인과 개인이 가진 생물학적·심리적 취약성이 겹칠 때, 중독은 비로소 형성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중독을 선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중독의 상태에 있다면, 이를 벗어나고자 할 때 우리는 어떤 관점에서 치료를 시작해야 할까. 중독의 회복에는 단일한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회복의 이야기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환경이다. 이 장에서는 중독과 환경의 관계를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황 중 하나가 전쟁이다. 전쟁터에서는 고통과 불안을 조절하기 위해 마약이 사용되기도 한다.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에 파병되었던 미군 병사들 가운데 34%가 헤로인을 사용했으며, 이 중 20%는 헤로인 의존 증상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으로 귀국한 이후 첫 1년 동안 다시 헤로인 중독 상태로 돌아간 사람은 1%에 불과했다. 귀국 후 헤로인을 다시 사용해 본 사람은 약 10%였지만, 대부분은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Hall & Weier, 2017).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힌트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파블로프는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반복적으로 종소리를 들려주었다. 그 결과, 개는 먹이가 주어지지 않아도 종소리만으로 침을 분비하게 되었다(Pavlov, 1927). 중요한 것은 먹이 자체보다, 반복적으로 연결된 자극과 반응의 관계였다.


중독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독은 특정 물질 그 자체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그 물질이 사용되던 환경과 감정 상태 전체가 함께 학습되는 과정에 가깝다. 베트남 전쟁이라는 극단적 스트레스 환경에서 헤로인은 공포와 불안을 낮추는 수단으로 반복적으로 사용되었고, 그 환경 자체가 갈망과 반응을 불러오는 신호로 작용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환경이 완전히 바뀌자, 많은 병사들에게서 이러한 조건 연결은 더 이상 유지되지 않았다. 그 결과 일부는 다시 약물을 사용해 보았지만, 중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독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중독 행동과 연결되어 있던 사소한 환경 단서 하나만으로도 강한 갈망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 카지노에 들어가기 전 보았던 빨간 커튼이 기억에 남아 있다면, 비슷한 색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박에 대한 충동이 올라올 수 있다. 마약을 숨겨두었던 서랍장이 기억 속에 남아 있다면, 그와 비슷한 서랍을 마주하는 순간 갈망이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이는 중독 대상과 관련된 조건화가 형성된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약물 자체가 없어도 약물과 연결된 단서에 노출될 때 도파민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될 수 있다. 이 신호는 전전두엽을 포함한 뇌 영역을 자극해, 약물을 다시 얻고자 하는 욕구를 강하게 만든다(Volkow et al., 2009).


그 결과 사람은 다른 선택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그 중독 대상만을 향해 움직이게 된다. 중독 치료에서 중요한 첫 단계 중 하나는 이러한 반응을 불러온 환경으로부터 잠시 거리를 두는 일이다. 중독을 강화해 왔던 환경에서 벗어나야만, 과도하게 활성화된 신경 반응이 가라앉고 비로소 치료를 시작할 여지가 생긴다.


중독의 재발은 회복 과정 전반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지만, 특히 치료를 시작한 이후 첫 수개월부터 1년 사이에 재발 위험이 높은 시기로 알려져 있다(Sinha, 2011). 이 기간에는 중독 자극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필요하다면 금단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신체와 뇌가 회복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치료 환경 덕분에 중독 행동이 줄어들지만, 퇴원 이후 다시 이전의 생활 환경으로 돌아가면서 재발을 경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과거에 중독 행동이 반복되었던 장소와 상황은, 그 자체로 갈망과 충동을 다시 불러오는 환경 단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원 치료 중이거나 퇴원을 앞둔 시점에는,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의 도움을 받아 생활 환경을 정리하거나, 이전과는 다른 환경으로 전환해보는 노력이 중독 치료와 회복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에도 마약·알코올 중독 회복을 목표로 한 회복공동체나 공동생활가정이 존재하며, 이곳에서는 일정 기간 중독 자극으로부터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고, 비교적 안정된 일상과 관계 속에서 회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환경은 중독 행동을 통제하려 애쓰기보다, 뇌와 몸이 다시 균형을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 회복은 마음을 단련하는 문제가 아니라, 회복이 가능하도록 삶의 환경을 다시 배치하는 일에 가깝다.




5-1. 삽화.png
회복은 마음을 단련하는 문제가 아니라, 회복이 가능하도록 삶의 환경을 다시 배치하는 일에 가깝다.


부마안 TIP — 참아내는 힘이 떨어질 때는, 네가 약해진 게 아니라 환경이 너무 가까웠을지도 몰라. 잠시 거리를 두는 선택도 회복의 한 걸음이야.



1) Hall, W., & Weier, M. (2017). Lee Robins’ studies of heroin use among US Vietnam veterans. Addiction, 112(1), 176–180. https://doi.org/10.1111/add.13584

2) Pavlov, I. P. (1927). Conditioned reflexes. Oxford University Press.

3) Volkow, N. D., Fowler, J. S., Wang, G. J., Baler, R., & Telang, F. (2009). Imaging dopamine’s role in drug abuse and addiction. Neuropharmacology, 56(Suppl 1), 3–8. https://doi.org/10.1016/j.neuropharm.2008.05.022

4) Sinha, R. (2011). New findings on biological factors predicting addiction relapse vulnerability. Current Psychiatry Reports, 13(5), 398–405. https://doi.org/10.1007/s11920-011-0224-0

이전 11화4장. 솔티카라멜쿠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