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마음에게

5-2.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사회

by MoA

5-2.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사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한때 알코올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독특한 사회 프로그램이 운영된 적이 있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하루 다섯 시간 동안 공원과 거리를 청소하면, 그 대가로 10유로와 점심 식사, 그리고 맥주 다섯 캔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네덜란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민 단체에 의해 진행되었고,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실험에 가까운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서울경제, 2014).


이 프로그램은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치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술을 끊게 하거나, 금주를 강요하거나, 재활 병원에 수용하는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술을 보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알코올 중독을 즉각적으로 없애는 데 있지 않았다. 핵심은 알코올 중독자들이 하루를 보내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 있었다.


참여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공원에 모여 청소를 했다. 쓰레기를 줍고, 길을 정리하고,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가꾸는 역할을 맡았다. 그 결과는 의외였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많이 모이던 공원에서 폭력 사건이 줄어들었고, 쓰레기 양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도시 환경은 개선되었고, 시민들의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참여자들의 변화였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남성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이전에는 나를 쓰레기 보듯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내가 쓰레기를 줍고 다닙니다. 나는 더 이상 나를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문장은 이 프로그램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준다. 변화의 핵심은 술이 아니었다. 청소라는 노동도, 금전적 보상도 그 자체로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결정적인 것은 ‘역할’이었다. 그는 더 이상 도시의 문제로 취급받는 존재가 아니라, 도시를 유지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감각은,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었다.


중독과 회복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얼마나 참아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끊었는지’에 집중한다. 하지만 회복의 과정에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내가 여전히 사회에 필요하다는 감각이다. 도움을 받기만 하는 위치에 오래 머무를수록, 사람은 점점 작아진다. 보호받는 대상, 관리되어야 하는 존재로만 인식될 때 자존감은 쉽게 무너진다.


사회적 역할 가치화(Social Role Valorization) 이론은 회복과 재활의 핵심을 개인의 결함을 교정하는 데서 찾지 않는다. 대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역할을 부여하고, 그 역할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을 회복의 중심에 둔다(Thomas, 2023).


이 이론에 따르면 사회적 역할은 단순한 ‘일’이나 ‘기능’이 아니라 정체성과 존엄의 핵심이다. 누군가 술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여전히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다는 경험이다.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순간, 그는 더 이상 ‘관리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 공간을 함께 책임지는 사람이 된다. 내가 속한 거리가 생기면, 사람은 그 거리를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폭력 사건은 줄어들고 거리 환경은 눈에 띄게 개선된다.


네덜란드의 이 프로그램은 완벽한 해결책도, 이상적인 치료 모델도 아니다. 술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은 분명 논쟁적이며, 모든 중독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례는 회복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을 제시한다. 회복은 언제나 ‘끊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다시 쓸모 있어지는 것’,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회복은 완벽해지는 과정이 아니라, 다시 관계 속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관계는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의미를 주고받는 관계일 때 비로소 회복의 힘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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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은 언제나 ‘끊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다시 쓸모 있어지는 것’,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부마안 TIP — 조금 느리고 서툴러도 조금만 기다려주는 건 어때? 회복이 다시 시작되는 자리일수도 있으니까...



1) 서울경제, 「“거리청소하면 술을 주겠다”…이색 알코올중독 치료법」, 2014년 1월 7일, https://www.sedaily.com/NewsView/1HPT6DJ110

2) Thomas, S. (2023). Social role valorization theory. https://socialrolevalorization.com/wp-content/uploads/2023/04/SRV-theory-Susan-Thomas-April-202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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