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오트밀바 이야기

6-1. 오트밀바의 월요일

by MoA

Part 2. 마음을 다시 만드는 몸과 행동의 구조

6-1. 오트밀바의 월요일


오트밀바는 어렸을 때부터 먹는 것을 참 좋아했다. 다양한 식감의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했고, 포만감에 배가 불러오는 것도 좋아했다. 가족들은 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귀엽다며 자주 웃어주었다. 가족들의 그 웃음이 싫지 않았다.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뚱뚱하다고 놀리기 시작했다. 내가 달리기를 하면 친구들이 뒤에서 킥킥 웃는다. 보여지는 모습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아마 친절하게 웃으면서 대화를 했던 친구가 언제부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 친구가 좋아한다는 거라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좋아하는 음악이 들리면 자연스럽게 그 친구가 생각이 났고, 그 친구의 향기가 나면 고개가 저절로 돌아가기도 했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쳐다볼 수 없을 만큼 너무 설레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야, 저 뚱땡이가 너 좋아하는 거 아냐? 너 자주 보던데…” 내가 좋아하던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놀리지 마, 난 돼지 싫어.”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돼지였구나.’ 갑자기 심장 부근에 숨을 쉴 수 없을 만큼의 강한 통증이 찾아왔다. 이 말은 나를 표현한 가장 잔인한 언어였다. 그 뒤부터였던 것 같다. 음식의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밥을 먹지 않았다. 밥을 먹지 않으니 체중이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이젠 음식들이 숫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 동안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마다 다이어리에 숫자를 적었다.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최대치,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정했다. 칼로리는 숫자가 아니라 하루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


식욕은 최대한 눌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몇 달 동안 잘 참았다. 배는 고팠지만 친구들의 달라진 태도가 날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살이 빠지니 사람들이 외모에 대해 칭찬하기 시작했다. 나를 놀리던 친구들이 한 번씩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오던 길에 피자 냄새를 맡았다. 갑자기 피자가 먹고 싶다는 충동이 밀려들었다. 가족들과 함께 먹으려고 피자 두 판을 사왔다. 집에 오자마자 피자를 한 입 먹었다. 아니 한 입을 먹은 줄 알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피자 두 판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비어있는 식탁을 보니 갑자기 환멸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이 많은 음식을 먹었다니… 갑자기 토기가 몰려왔다.


오트밀바는 정해진 틀 속으로 스스로를 단단히 눌러 담았다. 하지만 너무 엄격하게 재단된 것은, 한 번의 균열 앞에서 통째로 부러진다는 사실을 그때의 오트밀바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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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밀바는 정해진 틀 속으로 스스로를 단단히 눌러 담았다. 하지만 너무 엄격하게 재단된 것은, 한 번의 균열 앞에서 통째로 부러진다는 사실을 그때의 오트밀바는 알지 못했다.



부마안 TIP - 한 번의 무너짐은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너무 오래 혼자 버텨왔다는 신호일지도 몰라. 다시 쥐기보다, 잠시 손을 놓고 한숨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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