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건 당연한 거야.

by MOAI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에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어느 날 복사기 앞에서 담당 부서 실장과


나란히 서서 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실장은 한숨을



섞어가며 “또 바꾸네요”라고 말하더군요.



무슨 위로가 될지 몰라 말을 딱히



건네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런 마음이 불쑥 튀어 올라오더군요.



"우리가 하는 일이 그렇게 흘러가지."



하던 대로 가면 좋겠지만,



변화 앞에서 여러 사람의 주저하는 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image.png?type=w773 흔들리는 모습이 위태롭다.



얼마 전 회사에서 브랜드 하나를 철수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무엇이든 하나를 없애는 데는



희생이 조건을 따지지 않고 따라옵니다.



인사 문제는 차치하고 더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 그 매출을 채울 것인가가 관건이죠.



장고한 후에도 끊임없이 바뀌는 작업지시서를 두고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졌습니다.



더디게 진행되는 일 때문에



약 한 달간은 여러 일들이 많았습니다.



부서 간의 얼굴 붉힘도 자주 일어났고,



말은 하지 않아도 심리전쟁을 하는지 심장소리도 커졌고요.



image.png?type=w773 출처: TVN, 어쩌다 사장



'그럼에도 어쩌겠냐? 하라면 해야지'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때쯤 제 머릿속에



조인성 배우의 한 마디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 나무도 바람에 흔들리는데 사람 마음이 흔들리는 건 당연한 거야."



어렸을 때만 해도 어른이 되면



아기 돼지 삼 형제에 나오는 벽돌집처럼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image.png?type=w773


불안하다는 건 우리가 잠시 흔들지만



곧 정상이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나침반이 방향을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어찌 보면 불안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죠.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불안은 욕망의 하녀"라고 말했습니다.



원래대로 하고 싶은 마음,



꺾이지 않으려는 욕망을 지키고 싶기 때문에



불안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그래서 이럴 때는 이런 마음을 갖는 게 필요로 하고,



배워야 할 자세입니다.



"가끔은 저기 널린 빨래처럼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나를 내버려 둘 줄도 알아야 한다. "


<이진이, 어른인 척>



물이 흐르는 대로 그냥 몸을 맡기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말이죠.



사람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아무 문제없다면 잘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고요.



지난달에 했던 걱정, 불안은 기억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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