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

by MOAI

이른 아침, 이젠 새벽 시간이라고 해야겠습니다.

4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눈이 떠집니다.


홀연히 일어나 이불을 개고, 씻고 나면 어김없이 거실에 있는 책상 앞에 앉습니다.


고요한 공기 아래에 두 소리가 연이어 그 공기를 가릅니다.


필사를 하며 만년필의 사각사각하는 소리와 이어서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의 요란한 타이핑 소리.


잠을 자고 난 뒤 몸과 정신 에너지가 충만할 테니 몰입도가 가장 좋은 시간,


정적과 맞물리며 나는 두 소리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그 시간은 하루 중 최고가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출근시간이 되면 읽는 시간이 이어진다.


브런치의 글과 지하철 안에서 읽는 독서는 내가 사랑하는 시간 중에 하나입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글감을 이 시간을 통해 제공받습니다.


새벽은 아웃풋의 시간이라면 이때는 잠시지만 인풋 시간입니다.


읽던 도중에 머문 단어 하나를 선택해 곱씹다가 업무 중에 짧은 글을 쓰기도 합니다.




이후, 출근을 하면 생존을 위한 본업에 임합니다.


반복에 따른 숙련공 냄새가 짙게 배어 나오는 시추에이션과 현장 용어가 난무하는 시간.


글 분위기와 다르게 이때는 따뜻함보다는 냉철하고 분석적이고 직선형의 말투를 거침없이 내뱉습니다.


아무래도 사바나를 방불케 한 전쟁터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게 하죠.



(소중한 순간을 작품으로 남겼던 사진계의 톨스토이,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렇게 전쟁을 치르고 난 뒤, 가장 행복한 곳으로 향합니다.


바로 집.


집에 도착하는 순간, 하루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아내와 아들과 눈 맞춤하는 시간은 내가 그토록 바라던 하루의 하이라이트예요.




인사를 하는 순간 아침부터 긴장된 몸은 그렇게 사르륵 풀어지고 미소로 화답을 받습니다.




복음 전도자이자 작가인 헨리 드루먼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생을 돌아보면 제대로 살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순간뿐이다."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는 내가 하는 것의 만족을 위한 것도 있지만,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주어진 24시간 중에 가족과의 짧은 만남과 대화는 희소성 측면에서 가치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




나는 오늘도 멀리 돌고 돌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가장 따뜻한 곳에서 치유를 받습니다.




그러고 보니 소중한 순간이 매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법정, 버리고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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