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새내기 시절,
기숙사에서 만난 한 학과 선배가 있었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어 물어볼 때면,
창피도 주지 않으면서 유머스럽게
넘어가는 재치에 반했던 선배입니다.
그 재미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
어느 날 아침, 조린 배를 움켜잡고
식사를 하러 학생식당으로 향했어요.
들어서자마자, 그 선배가
혼자 밥 먹는 모습(이하 '혼밥')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슬그머니 다가가 식판을 내려놓았습니다.
재미있게 반응할 줄 알았던 선배는
예상과 다른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난 혼자서 밥 먹는 게 편해.
같이 먹으면 어색하거든."
그 말을 듣고 대화 없이
어색하게 밥만 먹었던
그 시절 그때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나는 올 초부터
자발적이지 않는 혼밥을 먹고 있습니다.
올해까지 근무하기로 한 선배가
갑자기 점심을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회사에 대한 반감을 금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아니길 바란다.)
이따금씩 혼자 먹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오랫동안 혼밥을 한 적은 처음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혼자 먹는 모습이
두려워 다른 식당을 몇 차례 간 적도 있었죠.
구내식당에는 회사 직원들이
온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혼자 먹는 것이 뭐 어때서,
이젠 그 정도는 견딜 줄 알아야지."라고.
하루 이틀이 지나자,
혼밥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사라지고,
오히려 잘 되었다 싶다 생각하니
좋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내 속도대로 천천히 식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보고 싶은 영상이나 글도 읽습니다.
식사 후에는 사무실이 있는
15층까지 계단 오르기 하며 운동도 하고요.
<출처: 지식 인 사이드>
조지프 캠벨은
"자신을 발견하려면
혼자 있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라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대학시절,
혼밥을 먹던 선배는
그 시간을 조용히 즐겼는지 모르겠습니다.
같이 먹다 보면,
혼자서 하던 행동도 다른 사람의 눈치 봐야 합니다.
먹는 속도도 달라
내 속도와 무관하게 허겁지겁 먹기도 했죠.
식사시간마저 평균이란 함수에
나를 욱여넣어야 합니다.
그 상황에 혼자 있지 않다 보면,
내 감정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직접 경험해 봐야 어떤 감정이 들고,
어떻게 그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지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혼자 책을 읽고,
글쓰기 하고 필사하는 것에서
이제 점심식사도 혼자 있는 시간으로 접수했습니다.
내 속도대로 내 마음대로
시간을 발맞추어가니
더 편해진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