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진학하니
축구와 아이스하키, 유도부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속한 친구들은
이미 진로를 정한 선수로,
각종 대회를 나가곤 했죠.
그중에서 유도는 학교에서
과목으로 정해
1, 2학년은 일주일에 한 번씩
유도 수업을 받곤 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공격보다
넘어지는 법을
먼저 배운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1학년 내내 시험을 보고
줄기차게 연습한 것이
낙법(落法)입니다.
(위키백과:상대의 공격을 받거나
넘어질 때 충격을 줄이고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몸을
안전하게 떨어뜨리는 기술을 뜻한다.
낙법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였는데,
크게, 전방낙법, 후방낙법, 측방낙법,
회전 낙법 등을 나뉜다.)
당시 유도 담당 선생님은
첫 수업 시작부터 낙법을 강조하며,
기술은 나중에 배워도 늦지 않다고 했습니다.
공격을 받아도 잘 넘어져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을뿐더러,
다시 일어나 공격할 수 있다고 말이죠.
실제, 2학년이 되어서야
유도 주요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체증이 가신 건지
낙법에 지루했던 친구들과
기술을 신나게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수업 시간마다 조별로
겨루기를 하면서
그 1년의 시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공격에 넘어지는 친구들이 하나같이
낙법에 몸이 뵈어선지
리듬감 있게 넘어지는 모습에
다들 탄성을 지르더군요.
(화투놀이에서 화투끼리 잘 맞으면
화투 소리도 짝 소리 나듯
유도도 잘 넘어지면
매트에 떨어지는 소리도 찰진 소리가 난다.)
오히려 공격보다
수비가 더 재밌었다고 해야 할까요?
어릴 적 골키퍼가 생각납니다.
찬 공을 날아서 쳐낼 때 희열과
맞먹는 수비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살다 보면 유도의 업어치기처럼
순식간에 힘든 시기가 겹쳐서
찾아오곤 합니다.
그때 실망감에 일어서길 주저하고,
귀를 닫기도 합니다.
심지어 섣부른 결정을 내리고,
후회를 하기도 하죠.
하지만 경험상
그 순간에 할 일은
더 세게 노를 젓는 게 아니었습니다.
무리한 저항은 힘만 빼고,
정작 필요할 때 쓰지 못하거든요.
그럴 땐 노를 잠시 내려놓고
물이 잦아들 때까지
버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직 인생경기가 끝난 건 아니니까요.
그래야 유도의 낙법처럼
잘 넘어질 때,
다시 일어서고 다음을
도모하고 기약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