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일입니다.
어느 날인가
직업군인이었던 동생이 휴가를
나오기로 한 날이었어요.
가족 모두 일터에 나가야 하고,
이웃도 외출한 상태라
열쇠를 맡기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집을 나선 누나는
그날 동 경비 아저씨에게
군복 입은 친구가 오면 건네달라고
부탁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그 상황이 찜찜했던 건
전날 근무자가 10년 동안 일한 사람이었고,
이날 근무자가 한 달 밖에 안되었다는 점이에요.
문제는 오후에 일어났습니다.
누나에게 전화가 왔는데,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겁니다.
자초지종은 이러했습니다.
동생은 비상이 걸려 휴가가
취소되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후 부랴부랴 집에 갔던 누나는
경비 아저씨에게 열쇠를 받으려고 하니
이미 건네줬다고 듣고선 아차 싶었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집에 두었던
자기 앞수표 천만 원가량을 도둑맞았습니다.
훗날 들어보니
누나는 이 수표를 은행에 곧 입금할
예정이었다고 해서 안타까움이 배가 되었어요.
아무튼 범인은 경찰에 신고한 지
약 3개월 뒤 붙잡혔는데,
중고등학생 몇 명이 작당을 하고
꾸민 모양이었어요.
(경찰은 수표번호를 모르면
회수받기는 힘들다고 말하더군요.)
도둑맞을 당시, 억울함을 풀고자
가족들은 동생을 원망하기도 하고,
한 달밖에 안된 경비 아저씨에게
찾아가서 뭐라고 말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수많은 가정법을 들어가며
안타까움을 삭이려 했어요.
만약
동생이 휴가를 나왔다면,
그날 경비 아저씨가
10년 된 사람이었다면,
이웃이 외출을 안 했다면,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렇지만
가족들에 아픈 기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마음을 모은 한마디는
"당장 천만 원은 아깝지만,
가족 모두 돈을 벌고 있으니
한 달이면 일어서는 데 충분시간이다." 였어요.
길에 가다 만 원을 주운 것보다
만 원을 잃어버린 것을 가슴 아프듯
사람은 가진 것보다 잃은 것에
더 고통을 느낀다고 해요.
그러나 이미 열을 가졌음에도
하나를 잃었다고 고통스러워하면
과거가 현재를 괴롭히는 꼴입니다.
우리 가족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집도 다니는 회사도 멀쩡했고,
다시 시작하는데 문제가 없었어요.
길운과 불운은
한순간 변수가 맞아떨어진
몇 안 되는 경우입니다.
불운을 이겨내는 방법은
없어졌거나 사고가 난 것,
만약이라는 가정에
집중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가진 것을 파악하고,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 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후에 가족은
현금을 은행에 바로 맡기거나
열쇠를 한 사람씩 복사해서
가지고 다니게 된 계기가 되었죠.
과거의 사건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는 얼마든지 생각한 대로
바꿀 수 있다는 점 기억해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