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자신의 보고(寶庫)를 만드는 일

by MOAI


제가 기록하는 데 지칠 때면


한 번씩 떠올리는 문장이 있습니다.


“지구가 생긴 이래 같은 날씨는


한 번도 없었다.”


우리가 태어나 지금껏 사는 동안,


같은 날씨는, 같은 하루는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


오늘을 어떻게든 남겨두고 싶어 집니다.



기억하시나요? 어떤 기록을 시작하든


‘시간이 쌓인 기록은 그게 무엇이든


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이든 기록해 보세요.


매일 기록하는 사람은 하루도


자신을 잊지 않습니다.


그건 곧, 하루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말과 같아요.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국립 중앙 박물관에


"까치 호랑이 배지" 대란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던 차에


가족과 함께 국립 중앙 박물관을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도착하니 외국인도 많아졌고,


없었던 검색대도 생긴 것을 보면서


예전보다 하루 방문객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굿즈 숍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 덕인지


극 중 등장하는 호랑이와 닮은 배지는


이미 완판이 돼있더군요.


(재입고 시기는 무려 내년 1월이라고 해요. )


%EC%8A%A4%ED%81%AC%EB%A6%B0%EC%83%B7_2025-08-24_%EC%98%A4%EC%A0%84_11.31.58.png?type=w773 사진제공: 경북 매일, 프랑스에서 145년 만에 되찾은 의궤 책 표지 297권 형상화(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그렇지만 정작 가족의 시선을


끌었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외규장각 의궤" 보다가


한참 동안 머물렀습니다.


몇 년 전 특별 전시로 소개되었다가


일부로 의궤를 상설전시관 2층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궤란, 국가 행사 의례를 기록해


남긴 책을 말합니다.


의식행사를 매뉴얼화해


의례행사를 치르는데 부족함이 없게 하고


후대에 예법을 알리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외규장각 의궤는


19세기 후반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의


침탈로 약탈해 갔다고 해요.


그러다 1970년 중반


당시 프랑스 박물관에서 일하던


고 박병선 박사에 의해 발견돼


지난 2011년 무려 145년 만에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5년마다 갱신 조건의


영구 대여라고 하네요.)


세세한 그림으로,


한눈에 보일 정도로


정교하게 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설명도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또한 책 표지라 불리는 '책의 冊衣'는


초록 비단으로 만들어져


국가나 왕실에서 보고寶庫로서 그 가치를


얼마나 여겼는지 알 수 있게도 합니다.


IMG_7771.jpeg?type=w773
IMG_7772.jpeg?type=w773 효종의 왕비 인선왕후의 장례를 기록한 의궤

의궤를 보면서


"기억은 잠시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남기지 않았다면


교과서에서 그냥 그렇다고


고개만 끄덕이고 지나치기 쉬웠을 겁니다.


그렇지만 기록했기에 잃어버렸어도


되찾을 수 있는 명분도 생기기도 하고


그 의미를 다시 새길 수 있으니


기록을 남기는 일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IMG_7770.jpeg?type=w773 즉위한 숙종이 쓸 가마와 의장을 제작한 일을 기록한 의궤


어느 날 어떤 가수가 세상을 떠나자


하루 동안 그의 노래로 들으며


추모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가수는 자신의 노래를 남겨


세상을 떠났음에도 잔상의 기억을 남깁니다.


작가 또한 책을 남겨


그를 추억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 다른 이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이름을 남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매일 글을 쓰는 것이


특별하단 생각이 듭니다.


어찌 보면


매일 이렇게 나의 흔적을 남기는 일은


나의 보고寶庫이자 역사가 됩니다.


그 과거의 흔적은 잠시 살아나 추억을


일으키는데 충분하고요.


이것이 기록이 주는 힘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