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40대에 제일 많이
일했던 것 같아.
그때는 일이 절실했거든.
근데 아무도 시켜주질 않으니까
뭐든 오기만 하면 다 했어,
콩알 주워 먹듯이.
그래서 있잖아... 그냥 많이 해.
많이 해본 사람은 못 이기겠더라.
그땐 힘들어도 나중엔 큰 자산이 돼.
결국 많이 해봐야 잘하는 거거든.
쌍꺼풀 수술 잘하는 병원도 그렇잖아?
많이 해본 의사가 제일 잘하잖아.
일도 똑같아. 많이 해. 그게 답이야."
윤여정
현 직업은 의류 패턴 설계사(패턴사)입니다.
사회생활 4~5년 차 때
하는 일을 배우면서
커다란 장벽 앞에
주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단계를 밟아가는 와중에
다음 계단이 굉장히 높아 보이고
앞이 보이질 않았어요.
지난 4~5년 동안이
많이 보고 듣고
이유를 알아가는 단계였다면,
(이 단계는 패턴사가 주는
기본 사이즈 패턴을 가지고 여러 사이즈
만들어주는 "그레이딩" 역할을 주로 맡곤 합니다.)
다음 계단이라는 건
본격적으로 의류 패턴 제작을
직접 해야 한다는 의미였죠.
벽이 상당히 높아 보였습니다.
그 단계를 넘지 못하고 머문다면
소위 만년 과장에서
머무르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거든요.
어느 날 선배들과 식사한 자리에서
뻔한 질문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패턴 제작을 잘할 수 있나요?"
어느 한 선배가 이렇게 말합니다.
"정답은 없어.
많이 해보는 수밖에,
아직 많이 안 해봤잖아.
못하는 건 당연한 거야.
잘하는 건 그다음 일이고."
막상 그 계단을 넘으면 생각보다 쉬울 수 있어요.
뻔한 질문에 얻은 대답이었지만,
순간 속으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처음부터 프로선수가 될 수 없음에도,
아마추어인 선수가 처음부터 프로선수가
되려 했다고 말이죠.
그래서
다음날부터 초심으로 돌아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깊이가 전문성이라면
넓이는 교양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깊이 파려고만 하지
넓게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꼬집어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제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루두루 연습하며 넓이를 쌓고,
그다음 자기 색깔을 입혀가며
깊이 있게 들어가면 되는 문제였으니까요.
아무리 효율적으로
세상이 돌아간다 해도
자신이 하는 일을 잘하려면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넓게 일단 많이 알아야
깊이 팔 수 있는 법이니까요.
공부에 왕도가 없듯이
시간은 공들여야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단 많이 해봐야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잘할 수 있을지는 그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