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학 잔디밭에서 한복을 입고 결혼했지. 나는 무일푼 알거지 만학도였고... 조마담은 30 되기 전에 꼭 결혼해야 한다는 신념의 화신이었지. 우리는 둘 다 아홉수에 결혼했고 주변에서 무던히 도 말렸지. 운 없는 아홉수라고. 우리 집의 이름이 넘버나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 아홉수에 결혼했지만 분운하지 않았다는 증거 아니겠어? 그날이 일천구백구십일년 오월스무이튼날이었다.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아파트를 전전하며 성장한 아이들에게 고향을 만들어 주자고 집을 지었더니 딸애가 제 좋아하는 '조팝꽃이 피었을 때 고향집 마당에서 결혼을 하고 싶다' 해서 정성을 다해 결혼식을 준비해 주었다. (당일 비가 올까 봐 근 두 주간을 마음을 졸여야 했던 것은 함께한 마음) 비가 살짝 뿌렸지만 오히려 더 분위기를 돋우었던가? 흔한 부조금 안 받았고, 1부와 2부를 나누어 먼저는 집안 어른들과 식구들이 모여 경건하지만 즐겁게 진행했고, 2부는 아이들 친구들이 모여 노래와 춤과 음악으로 즐거움을 나눴다. 다만 모든 오신 분들이 진심으로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 주길 바랬다. 그날이 이천이십오년 사월하고 열이틀이었다.
네 소년의 모습을 누구보다 명확하게 그리고 오래오래 기억하고 있으마... 그런데 결혼은 언제 할 것이냐?
그날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