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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해씨 May 30. 2023

시험에 들지 않게 하옵시고


시험에 들지 않게 하옵시고.


새벽 공기를 찢어발기며 모처럼의 단 꿈을 분분히 흩어지게 하는 모터싸이클의 소리는 늘 수탁의 울림보다 먼저이다. 내 평화로와야 할 잠자리가 모터싸이클의 거친 바퀴로 도륙당한 듯 불쾌한 새벽. 도대체 무엇을 증명하고 싶어 변두리 국도, 민가들 옹기종기한 마을의 신선하고 평화로운 새벽길을 저리 미친 듯한 소음을 내며 달려야 한다는 말인가?


평화로운 저녁이다. 그녀의 퇴근길을 마중해 약속을 잡았다. 초졸한 찌개와 따듯하고 뽀얀 김이 오르는 흰밥과 초록의 나물들이 몇나 준비되는 곳인. 솜씨가 좋아 단골 삼기 좋은 곳. 테이블 4개 정도로 작아서 친근한. 매장의 절반 넓이를 주방으로 사용하고 있어 주인의 요리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청결하며 친절함이 몸에 밴. 이제 주문한 저녁이 차려지고 도란도란 하루를 복기하며 그녀와의 소박하지만 평화로운 식사를 기대하는 찰나.


남정네 4명이 들이닥친다. 왁자하다. 방자하고 흐트러져 있다. 거칠고 탁한 공기 입자들이 식탁 위에 마구 휘날린다. 고작 4명인데 희한하게도 40명 같다. 누구 할 거 없이 누군가의 지껄임을 듣지 않고 제 지껄임만 더 큰소리 쉴 새 없이 내 뱉었다가 간사하게 낄낄거렸다가 하는 행동을 되돌림처럼 반복하고 있다. 타인의 웃음소리를 추접하게 듣는 경우는 좀처럼 드문데, 그걸 사람의 소리라고 느낄 수 없을 때이다. 자전거로 국도변을 오가며 떼빙(떼 드라이빙)을 즐기는 인간들인가 보다. 서로의 라이딩 노선을 마구 견주며 자랑질이다.


악다구니하며 마구 부딪치는 소음들을 대화라고 내뱉는지, 주변에 식사를 시작한 타인에 대한 배려 따위는 개나 줘버렸는지. 인내의 임계치에서 외줄타기하던 나는고만 뜨거운 찌개 뚝배기를 분노의 패대기로 선사하고 싶어졌고, 시간이 더할수록 외줄타기는 위태해졌다. 나이도 적지 않아 보이는데 그 중 형이라 불리는 놈은 중년을 넘어선 듯한데, 굶주린 수컷 이리떼가 먹이를 발견한 것과 흡사한 난장을 펼치고 있었다.


나는 그 와중으로 툭 튀어나서, 홀로서도 늠늠하고 위엄있는 호랑이의 본색으로 그 무엄방자한 이리떼를 제압하고 싶어  싶었는데... '싶었다' 로만 마무리할 밖에... 그렇게 내 평화로와야 할 저녁식사는 살의로 충만한, 거룩한 저녁이 되시고 말았다. 그들의 저녁 먹이감 위로 저주가 내리기를 바라며 미련없이 그 곳을 빠져 나왔다. 


호랑이는 고사하고 토끼처럼 여리고 순한 내 가슴은 새가슴이다. 포유류와 조류의 혼종이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완전한 존재이기도 하다. 제발 나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해다오. 세상에는 흉악한 무기가 아무데나 널려있다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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