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어묵이 보여서 아침 반찬으로 어묵 볶음을 만든다. 간장에 고춧가루 넣고 마늘 다져 넣고 파송송 참기름 살짝 넣어 양념장을 만든 다음 센 불에 달군 팬에다 어묵을 잠깐 볶다가 양념장을 들이부었다. 물론 풋고추고 잊지 않았지. 드디어 완성.
그런데 때깔이 푸석한 걸 보니 설탕이나 물엿이 안 들어갔네. 이러저리 뒤져보니 물엿도 설탕도 찾을 수가 없다. 꼼꼼 패킹의 달인을 자처하는 아내 조마담이 설탕을 빠트릴 리가 없는데 하며 찾아보니 작은 굴 무침 병에 끈적한 느낌의 노란색 액체가 보인다. 저것은 아마도 며칠 전에 선물로 받은 아카시아꿀을 따로 담은 것? (실제로 꿀을 작은 병에 옮겨 담아 먹었던 기억이 있었음)
설탕 대신 꿀이다. 꿀맛 나는 어묵볶음 한 번 먹어보자. 일단 감칠 정도의 소량 꿀을 투입하고 살짝이 더 볶아주고선 기대에 부풀어 드디어 시식. 맛이 쓰다. 어묵 맛도 안 난다. 간장량이 너무 많았나? 아무리 그랬대도 쓴맛이 강하게 올라오다니? 할 수 없지 추가 꿀을 듬뿍 넣어주고 곰살맞은 손놀림을 흉내 내며 도록 볶아대다 2차 시식. 게걸스럽게 벌린 입으로 한 움큼 듬뿍 투입했다.
기대치를 상한으로 끌어올리고 가열하게 씹어 삼킨 순간 구역질 날 정도로 쓴맛. 그리고 볶아대는 어묵 사이로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정체 미상의 거품. 거품. 거품. 순간 뒤통수가 싸늘해져왔다. 그랬던 것이었다. 굴 무침 병의 정체는 꿀도 물엿도 아닌 퐁퐁이었던 것이었다. 우~웩! 하고 토기가 올라왔다. 말 그대로 환장 換腸이다. 대 환장.
입안에 쓰고 역한 냄새가 가득하다. 업무 중에 누가 시비라도 걸라치면 거품 물기 딱 좋은 날이다. 방귀라도 한방 뀔 양이 면 예쁜 비눗방울이 퐁 퐁 포~옹 하고 나올 일은 절대로 없겠지? 라고 생각하니 뱃속이 더 불편해 죽을 지경이었다. 독한 냄새로 가득 찬 사택 주방 환기해 놓고 더불어 오랜만에 방청소도하고 덤덤히 출근했다.
교훈 : 빈 병의 재활용은 제 먹을 음식에 독극물을 자발적으로 쏟아 넣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퐁퐁이었기를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가? ‘항문으로 비눗방울 만들기 놀이’를 상상하는 법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