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나 크크크 치킨이 너무 먹고 싶어. 시며주면 안돼? " 떡국도 있고 만두도 있고 먹을게 천지다.
그럼에도 치킨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막둥이가 계속 그놈의 크크크 치킨이 먹고 싶단다. ( 틱톡이나 유튜브 광고 때문일 거라 추측한다.) 새해 선물이라 치고 한 마리를 포장해다가 준다. 치킨값도 아까운데 배달비는 더 아깝다. 조금만 걸어가면 되는데 말이다. 한 마리를 포장해오니 둘째 셋째가 득달같이 달려들고 닭 다리를 뜯는다. 어라? 근데 막둥이가 두 조각 먹더니 " 엄마, 너무 느끼해. 느끼해서 못먹겠어." 라고 한다. 순간, 욱한다. 고작 2조각 먹자고 날 그렇게 달달 볶아댄 거야? 난 2024년부터 다시 나는 절약 패치 부쳐야 한다고. 아파트 입주도 코앞에 있고 큰아이 입시미술도 시켜야 한단 말이다. 돈 들어갈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맘 단단히 먹고 있는데 새해 첫날부터 이따위 음식에 돈 쓰게 하는 거야? 심지어 다 먹지도 않아? 너무 화가 났다.
큰애는 첨부터 맛없다고 손도 안 대고, 프로 발 골러 둘째는 뼈가 있는 부분인 날개 2개, 봉 2개, 다리 1개 먹더니 내려놓는다. 내가 한 조각 먹어봐도 참 느끼하다. 당연히 느끼한 것 못 먹는 막둥이 입에는 더더욱 안 맞았을 터.. 머리론 이해가 가나 화가 난다. 아이들에게 나는 화가 아닐 것이다. 그저 아이들 유혹에 맘 못 붙들고 흔들려 사준 나 스스로에 대한 화였다. 하지만 그건 온전히 아이들에게로 행했다. 날 안 말리고 낮잠 자던 신랑에게도 화가 났다.
"앞으론 이상한 유튜버들이나 틱톡에서 보고 사달란 소리만 해봐!! 너희들처럼 그런 걸 보고 사서 먹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사람들이 계속 이상한 음식도 광고하고 돈 벌고 그런 거잖아? 이젠 치킨은 끝이야. 절대 안 사줄 거야!" 윽박을 지르고 돌아서니 ' 왜 아이들에게 화를 내니? 그런 음식 사준건 너잖아. 맘 흔들려서 사준 네가 잘못이지. ..' 싶었다. 그렇게 치킨은 남겨졌다. 막둥이 아들은 치킨 두 조각 먹고 안 먹었으니 좀 있다 잘 시간 다 되어 밥을 찾을 것 같다. 그래서 입안 느끼함이라도 없애라고 과일을 깎아준다. 과일을 먹는 것도 시원찮다. 막둥이가 갑자기 말한다. "엄마 속이 쓰려. 토할 것 같아."
속이 쓰린 게 뭔지는 모를 테지만 일단 속이 좋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웬만히 아파선 아프다는 말을 안 하는 막둥이이다. 그런데 그 아이가 속이 쓰리단다. 속이 좋지는 않는 것 같다. 난 후딱 소호제를 사러 약국으로 간다. 아이용 까스 활명수를 한포 뜯어 먹이고 쉬게 했다. " 아마 차 안에서 오래 있고 이모네 집에서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피곤해서 그럴 거야. 푹 쉬면 돼."라고 아이를 안심시킨다. 컨디션 난조려니 생각하고 아이를 일찍 재웠다. 늦은 밤,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또 속이 쓰리다고 한다. 토를 하라니 안 한단다. 토하는 게 무섭나 보다. 아기 때부터 토를 해본 적이 별로 없는 아이라 입에서 뭐가 나온다는 게 무서운가 보다. 꾹 참고 다시 잔다. 그러더니 잠시 후 다시 일어나더니 도저히 못 참겠는지 토를 해댄다. 역시나 치킨 덩어리들이 나온다. 아이들 다독이고 재우고 나왔다. 입안에서 나오는 치킨 덩어리를 보니 또 화가 난다. 내가 도대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이런 음식을 돈주고 사먹이고 애를 아프게 까지 했다는 생각이 들어 울화통이 치민다. 그렇게 아이들 닦이고 진정 시키고 재우고 나왔다.
" 왜 정민이가 소화를 못시키고 체한거지? 돌도 소화 시키는 애가??기름이 엄청 더럽나? 엄청 느끼하긴 하더라고. ." 라고 궁시렁 거리는 날 보며, 신랑이 말한다. "체한 게 아니라 얹힌 거야. 치킨 먹고나서 당신이 그렇게 바로 쏘아붙여서 얹힌 거지, 뭐" 뜨끔하다.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 거라는데. . 애한테 쏘아붙였다. 속으론 신랑 말을 인정했지만 겉으론 인정하지 않는다. " 지유도 똑같이 먹었는데 왜 안 얹히냐?" 그랬더니 신랑 왈," 지유는 이골이 난 거지. 이젠 당신의 웬만한 잔소리엔 타격감이 없는 거지..." 근데 다 사실이다. 세상 모든 음식 편식 없이 잘 먹는 막둥이다. 가장 좋아하는 건 파김치의 파대가리고, 뭘 줘도 마치 하루 굶은 아이처럼 주는 대로 닥치는 대로 먹는 우리 막둥이. 고작 2만 원짜리 기름 덩어리 치킨 사줘놓고 그거 다 안 먹는다고 이제 8살짜리 그 꼬맹이한테 그리 쏘아붙였다. 그러니 그 아이가 얹히지... 모유 먹일 때도 그 흔한 토 한번 안한 아 이건만. . . 농담으로 이놈은 먹은 거 아까워 토 못하는 거라고 했던 아이이다. 엄마가 새해 다짐 혼자 못 지켜 놓고 너희들 탓하며 너희들에게 쏘아붙였구나. 솔직히 말해봐라. 치킨을 아이들이 사달래서 못 이기는 척 사준 거니? 네가 그냥 밥하기 싫어서 그런 거잖니? 피곤해서?
막둥이 아들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굿모닝 인사보다 밥을 먼저 찾는 아이이다. 오늘은 미역국에 밥을 조금 말아 주니 조금 먹다가 말아버린다.
속이 안 좋아질까 봐 겁이 나는지 안 먹겠단다. 그래 속 안 좋은 것보다는 배고픈 게 낫겠다 싶었다. 따끈한 둥굴레차 보온병에 넣어 조금씩 먹으라고 하고 등교를 시킨다. "엄마, 나 이제 치킨 안 먹을 거야." 학교 가는 길 아이의 말에 맘이 울컥한다. 아이들을 보내고 남은 치킨을 한참 바라보다 음쓰통에 처박아 던져 버렸다. 꼴 보기도 싫었다. 치킨을 안 사주겠다는 게 아닌데... 이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새해부터 꼬였다는 느낌이 든다. 절약하며 허투루 돈 안 쓰겠다는 옳은 의지였건만. . 그놈의 성질머리!! 성질머리가 꼭 이리 사달을 낸다. 혼자 결심하고 혼자 맘 흔들려 치킨 사주고 혼자 성질내고. . . 결국 모든 원인은 나였다. 나만 잘하면 된다. 2024년도 모든 것은 그대로다. 그러니 모든 것은 나한테 달렸다. 제발 성질머리 고치고 결심한 일은 제발 흔들리지 말고 살자고. 그깟 치킨 한 마리로 새해 하루가 격동의 하루가 되었다.
이제 엄마가 수고스럽더라도 건강한 닭고기와 깨끗한 기름으로 집에서 치킨 튀겨줄게. 엄마가 좀 도 손발을 움직여야 한다 해도 괜찮아. 너희들에겐 건강한 음식을, 엄마에겐 아무 지출을 가져올 수 있다면 까짓것 움직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