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조미료 사용법

by 모아줄리


얼마 전 티브이에서 임영웅이 나오는 다큐먼터리 마이 리틀 히어로를 보았다.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임영웅의 최애 집밥메뉴 오징어찌개를 소개하는 코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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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와 갖은 채소와 고춧가루 고추장을 풀어 먹는 얼큰한 찌게다. 그. 런. 데!!

음식의 거의 막바지 무렵, 임영웅 엄마가 약간의 조미료를 몰래 넣은 장면이 나오는 거다. 그리고 짓궂은 임영웅은 그게 뭐냐고 묻고... 옆에 계시던 할머니는 그게 좀 들어가야 된다고 거들던... 그런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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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조미료 넣는 게 숨겨야 할 일이지? 왜 창피한 일이지?

나도 엄마가 조미료가 독약인 것 마냥 이야기해서, 어릴 적 그것이 무지하게 나쁜 건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엄마 반찬이 항상 거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너무 야생스러운 맛. 무인도에 풀 뜯고 고기 잡아 쓱쓱 요리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엄마도 가끔은 다시다를 쪼금 아주쪼금씩 쓰곤 했다. 언제냐? 오징어 젓갈 같은 걸 만들 땐 그나마 다시다는 괜찮다면서 찔끔 넣곤 했다. 그만큼 넣어서 티가 날까 싶게 조금만 넣었다.

근데 그게 도대체 무슨 기준이지? 다시다는 괜찮고 미원은 안되고?? 어릴 적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그게 참 모호하단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얀 가루는 나쁜 거고 누리끼리한 가루는 괜찮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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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na_pole, 출처 Unsplash


나 역시 그렇게 세뇌되어 자랐기 때문에 조미료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집밥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 우리가 말하는 일명 " 갖은양념"만으로 낼 수 없는 2%의 모자란 맛이 있다. 그것이 감칠맛이다. 그 모자란 2%를 채워주는 것이 바로 조미료다.

그러니 우리는 조미료를 티 나지 않는데 티 나게!! 안 넣은 것 같은데 넣은!!! 그 맛을 위해 조미료를 적절히 써야 한다.



며칠 전 명동칼국수에서 칼국수를 먹을 일이 있었다. 주문을 하고, 잠시 후, 칼국수가 내 앞에 딱 놓이는 순간.

'아... 어쩔까... 이 코를 찌르는 다시다 향... 그것도 정확히 쇠고기 다시다의 향...'너무 강렬해서 미치 김혜자 할머니가 내 옆에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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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사골국물을 쓴 것 같은데 사골의 맛을 완벽하게 가린 다시다의 맛. 주방장님이 욕심이 과하셨구나 싶었다. 적당히 넣었으면 구수한 사골 맛에 감칠맛만 더해서 최고의 칼국수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조미료는 주연이면 안된다. 조연이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맛을 살릴 수 있다. 조미료가 가진 특별한 능력은 인정하자. 감칠맛은 우리가 그 자리에서 바로 낼 수 있는 맛이 아니다. 생선을 절여 한 3년 묵히면 액젓이 된다. 그렇게 해야 감칠맛을 낼 수 있다. 액젓을 국에 넣으면 맛있어지는 이유가 그것이다.

감. 칠. 맛!

즉석에서 감칠맛을 내기란 어렵다. 입에 착 붙는 그 맛은 어느 정도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숙성의 시간에 대신해 인공적으로 만든 감칠맛이 조미료이다. 인공적으로 낸 감칠맛이 해롭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조미료를 무슨 환경을 해하고 건강을 해하는 것 마냥 조장하는 분위기가 난 참 싫다. 조미료에 유난히 각박한 우리나라이다.

"넣은 사람"은 있는데 "넣었단 사람"은 없는 조미료!

조미료만으로 맛을 내자는 건 아니다. 나도 천연재료 좋아한다. 하지만 천연이 낼 수 없는 그 부족함이 분명 있다. 그것을 조미료에게 맡겨야 완벽한 맛이 난다. 오직 조미료만으로 맛을 내면 첫 수저는 맛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몇 수저 더 먹으면 질린다. 텁텁하다. 더 이상 손이 안 간다. 그리고 먹고 나서 뒤돌아서면 목이 엄청 타다. 계속 물을 들이켠다. 난 그래서 외식을 하고 집에 와서 물이 계속 당기면 담부턴 그 식당에 잘 안 간다. 모든 반찬 속에 조미료가 과하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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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미료 뒤에 적어있는 용법대로도 쓰지 않는다. 거기 적힌 대로 써도 과하다.

그럼 어떻게 조미료를 쓰는가?

기본 간(짠맛이나 단맛)을 내입에 맞게 맞춘다. 그다음 2% 모자란 맛을 조미료로 맞추자. 바로 그것이 맛 내는 법이다.

내 프로젝트의 국물요리는 동전육수와 냉면다시다로 거의 육수를 낸다. 그리고 그건 가족들에게 칭찬받을 만큼 맛있다. 맛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우리는 여기서 라면 국물이 왜 그리 맛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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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냉면다시다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고기 다시다를 많이 쓴다. 하지만 난 그 특유의 소고기 다시다만의 인위적인 냄새가 싫다. 그런데 이 냉면다시다는 그런 인위적인 조미료향이 없다. 내 개인적 소견이긴 하다. 그래서 국물요리에 냉면다시다를 찔끔 넣어준다. 그러면 국물이 차원이 달라진다. 하지만 과하면 이 역시 텁텁하니 과하면 안 된다.


조미료의 슬기로운 사용법의 예시

조미료는 쓴맛도 잡아준다. 고깃집 된장 찌개는 왜 맛있는가? 집된장과 시판 된장 반반 섞고 다시다 반스푼이다. 그럼 그리 맛있다. 된장찌개 끓일 때 된장의 쓴맛도 조미료가 잡아줄 수 있다. 김치찌개나 찜의 쓴맛도 신맛도 말이다. 육회에는 미원이 안 들어가면 맛이 없다. 곧 오이냉국의 계절이 다가온다. 참 맛 내기 어려운 오이 냉채도 냉면다시다로 쉽게 만들 수 있다. 요즘 반갑게도 조미료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너무 반가운 소식이었다. 조미료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하나 보다. 조미료를 너무 미워하지 말자. 적당하게 잘 사용하면 신선한 식재료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선한 아이란 말이다.

배달비 오르고 밥값 오르는데 집밥 해 먹어야지. 집밥 해 먹으려면 맛 내기도 좀 쉬워야 하고 맛있어야지....

내가 한 게 맛이 없으면 당연히 또다시 조미료 범벅의 바깥음식을 찾게 된다. 조미료 범벅 찾게 하지 말고 적당히 조미료 들어간 내 집밥을 만들어 먹자. 그러기 위해선 조미료는 어쩜 선택이 아닌 필수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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