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의 어색함 - 세 남자, 다 87년생

by 모아키키 정세복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민준은 회사에서 또 한 주를 보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똑같았다. 출근해서 데이터 정리하고, 회의에서 조용히 앉아 있고, 퇴근해서 집에 가고. 부품의 일상이었다.

금요일 밤, 민준은 단톡방을 확인했다.


87년생 경제 스터디


지훈: 내일 2시 맞지?

재혁: ㅇㅇ 맞아

민준: ㅇㅇ 역삼역 2번 출구 스벅!

민준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봤다.

내일 뭘 준비해 가야 하지. 경제 스터디인데 그냥 갈 수는 없고.


책상 옆을 봤다. 지난주에 산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놓여 있었다. 이미 반 정도 읽었다. 책장이 접혀 있고 형광펜 자국도 몇 개 있었다.

민준은 책을 집어 들었다. 너덜너덜해진 책 등을 보며 생각했다. 열심히 읽긴 했네.

냉장고를 열었다. 편의점 도시락 두 개가 있었다. 하나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딩.

도시락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내일은 진짜 공부 좀 해야겠다. 지난주처럼 술만 마시면 안 되지.

그런데 지난주가 생각났다. 카페에서 2시간 앉아 있다가 결국 고기 먹으러 가서 소주 마셨던 것. 공부는 15분 했나.

민준은 웃었다. 뭐, 괜찮았잖아.




토요일이 왔다.

오후 1시 50분, 민준은 또 일찍 도착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2층 창가 자리에 앉았다. 지난주와 똑같은 자리였다.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너덜너덜한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2시 정각. 계단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재혁이 올라왔다. 검은 패딩에 백팩을 메고 있었다. 지난주와 똑같은 옷이었다.

"왔어?"

"ㅇㅇ, 일찍 왔네."

재혁이 자리에 앉으며 가방을 내려놓았다. "나 커피 사올게."

"어."

재혁이 계단을 내려갔다.

민준은 휴대폰을 켰다. 단톡방을 확인했다. 지훈한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지훈: 10분 늦을 것 같아! 먼저 시작하고 있어~

민준: ㅇㅋ

재혁이 커피를 들고 올라왔다. "지훈이는?"

"10분 늦는대."

"아, 그래?"

재혁이 자리에 앉았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책이었다.

민준이 눈을 크게 떴다. "오, 너도 책 가져왔어?"

"응. 어제 교보문고 갔다가 샀어."

재혁이 보여준 책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였다. 표지가 깨끗한 새 책이었다.

민준이 웃었다. "야, 우리 똑같은 책 샀네."

"어? 진짜?"

민준이 자기 책을 보여줬다. 재혁이 책을 보더니 웃었다.

"야, 너 완전 열심히 읽었네. 형광펜도 그었어?"

"응. 지난주에 사서 반 읽었어."

"오... 나는 아직 안 읽었는데."

민준이 책을 펼쳤다. "이거 봐. 여기 중요한 부분."

재혁이 몸을 숙여 책을 봤다.

민준이 형광펜 그은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부자들은 주식이랑 채권 같은 금융자산을 사고, 가난한 사람들은 차나 명품 같은 거 산대."

"음..."

"그리고 여기 봐. 달러 얘기도 나와. 달러로 자산을 보유하면 인플레이션 헷지가 된대. 원화는 계속 가치가 떨어지는데, 달러는 기축통화니까 안정적이래."

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네. 환율 보면 원화 계속 약해지잖아."

"맞아. 그래서 미국 주식이 좋은 거래. 달러로 투자하는 거니까."

"아..."

민준이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 "그리고 여기. 복리의 마법. 주식 투자로 연 10% 수익 내면 7년이면 2배래."

"7년?"

"응. 72법칙. 72를 수익률로 나누면 돈이 2배 되는 기간이 나온대. 10%면 7.2년."

재혁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그럼 20년 투자하면?"

"4배?"

"오..."

"근데 우리는 투자할 돈이 없잖아."

"그게 문젠데..."



2시 10분. 계단에서 다시 발소리가 들렸다.

지훈이 헐레벌떡 올라왔다. 회색 후드에 운동화, 약간 땀이 난 얼굴이었다.

"미안! 늦었어!"

"아니야, 괜찮아. 앉아."

지훈이 숨을 고르며 자리에 앉았다. "버스 놓쳐가지고..."

"커피 사올까?"

"아, 나 괜찮아. 물만 마실게."

지훈이 가방에서 텀블러를 꺼내 물을 마셨다. 텀블러에 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었다.

민준이 텀블러를 보며 웃었다. "야, 텀블러 스티커 뭐야. 엄청 많네."

지훈이 텀블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 이거? 동기부여 문구들."

"뭐 써있는데?"

지훈이 텀블러를 돌려가며 읽어줬다. "여기 '불가능은 겁쟁이들의 환상이다' - 일론 머스크. 그리고 이건 '경쟁하지 마라, 독점하라' - 피터 틸."

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 피터 틸 거 좋은데?"

"그치? 그리고 이건 워런 버핏 거. '다른 사람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하라'."

민준이 웃었다. "와, 완전 자기계발 덕후네."

"덕후까진 아니고... 그냥 볼 때마다 자극받으려고."

"효과 있어?"

지훈이 씁쓸하게 웃었다. "글쎄. 잘 모르겠어. 근데 안 붙이는 것보단 나은 것 같아."

세 명은 웃었다.


지훈이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우리 지금 뭐 하고 있었어?"

민준이 책을 가리켰다. "이거 보고 있었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재혁이 자기 책을 보여줬다. "나도 같은 거 샀어."

지훈이 웃었다. "야, 다들 열심히네. 나는 투자 자료 가져왔는데."

"오, 뭐 가져왔는데?"

지훈이 노트북을 켰다. "미국 주식 관련 자료."

지훈이 노트북 화면을 돌렸다. 엑셀 파일이 열려 있었다.

"이거 봐. 최근 5년간 S&P500 수익률이야."

민준과 재혁이 화면을 들여다봤다.

"오..."

"이게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인데, 2020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폭락했다가 2021년에 엄청 올랐거든. 근데 2022년 들어서 또 떨어지고."

재혁이 물었다. "S&P500이 뭐야?"

"미국 주식 지수. 미국 대표 기업 500개 모아놓은 거. ETF로 사면 돼."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거. 나도 들어봤어."

지훈이 화면을 스크롤하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QQQ. 나스닥 100 추종하는 ETF야.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이런 기술주 위주로 담겨 있어."

재혁이 물었다. "근데 왜 미국 주식이야? 한국 주식은?"

지훈이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 주식은 안 해."

"왜?"

"일단 시장 규모가 달라. 미국이 전 세계 주식 시장의 절반 이상이거든. 한국은 2%도 안 돼."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규모 차이가 크긴 하지."

지훈이 계속 설명했다. "그리고 달러야. 달러."

"달러?"

"응. 미국 주식 사면 달러로 투자하는 거잖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환차익도 생기고."

재혁이 이해한 듯 말했다. "아, 그러네. 환율 오르면 달러 가치도 올라가니까."

"맞아. 그래서 미국 주식은 환 헷지도 되는 거야. 원화 리스크를 줄여주지."

민준이 말했다. "아까 책에서도 그 얘기 나왔어. 달러 자산 보유하라고."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게 핵심이야. 원화만 들고 있으면 위험해."

"근데 환율 오르면 수입 물가도 오르잖아. 그럼 생활비도 오르고."

"맞아. 그래서 더 달러 자산이 필요한 거지. 인플레이션 방어용으로."

재혁이 물었다. "그럼 S&P500 ETF만 사면 돼?"

"그게 제일 안전하긴 해. 500개 기업에 분산투자하는 거니까. 근데 재미는 없지."

"재미?"

"응. 그냥 사놓고 10년 기다려야 되거든. 장기 투자."

재혁이 웃었다. "10년은 너무 길다."

지훈이 다른 탭을 열었다. "그래서 이런 것도 있어. 개별 종목."

화면에 테슬라 차트가 나타났다.

"테슬라. 2020년에 10배 올랐어. 근데 2022년에 반토막."

민준이 휘파람을 불었다. "와... 롤러코스터네."

"맞아. 이런 게 재미는 있는데 위험하지."

지훈이 다음 차트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건 엔비디아. AI 관련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 들어봤어."

"이것도 최근에 엄청 올랐어. AI 붐 타고."

재혁이 물었다. "근데 이런 거 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지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미국 주식은 1주부터 살 수 있어. 테슬라 1주, 애플 1주 이런 식으로."

"오... 그럼 부담 없네."

"응. 그리고 배당도 괜찮아."

민준이 물었다. "배당?"

"응. 미국 기업들은 배당을 잘 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이런 데는 분기마다 배당 나와."

"오..."

"한국 기업들은 배당 잘 안 주거든. 근데 미국은 주주 친화적이야. 그래서 장기 투자하기 좋지."

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결국 미국 주식이 답이네."

지훈이 웃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돈이 없어서 못 사고 있어."

"..."

"그래도 공부는 해놔야지. 나중에 돈 생기면 바로 투자해야 되니까."

민준이 책을 다시 펼쳤다. "그럼 이 책이랑 연결되네. 금융자산 사라는 거잖아. 주식이 금융자산이고."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돈이 나한테 일하게 만드는 거지."

재혁이 말했다. "근데 우리는 다 돈이 없잖아."

"..."

세 명은 잠시 침묵했다.


민준이 시계를 봤다. 3시 반이었다.

"어... 벌써 1시간 반 지났네."

재혁이 놀란 듯 말했다. "진짜네. 시간 빨리 가."

지훈이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 "근데 은근히 재밌었어. 이렇게 얘기하니까 공부되는 것 같아."

"그치?"

민준이 책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근데... 우리 이제 뭐 해?"

재혁이 물었다. "뭐 하긴? 공부 더 할까?"

지훈이 웃었다. "공부... 1시간 반 했으면 충분한 거 아냐?"

민준도 웃었다. "그러게. 지난주보다 많이 했는데."

재혁이 시계를 봤다. "아직 4시도 안 됐는데... 집 가기엔 이른데."

셋은 서로를 봤다.

민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혹시 배고파?"

재혁이 바로 대답했다. "나 배고파."

지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럼... 밥 먹으러 갈까?"

"좋지!"

세 명은 스타벅스를 나왔다.




역삼역 근처, 돼지고기 전문점.

민준이 메뉴판을 봤다. "삼겹살 어때?"

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지훈이 말했다. "나는 목살."

"그럼 삼겹살 2인분, 목살 1인분."

고기가 나왔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구워지는 고기를 보니 침이 고였다.

민준이 고기를 뒤집으며 말했다. "근데 우리... 오늘 공부 많이 했다."

재혁이 웃었다. "1시간 반?"

"응. 지난주보다 훨씬 나아."

지훈이 고기를 집으며 말했다. "근데 솔직히 공부보다 이렇게 모여서 얘기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민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혼자 집에 있으면 답답한데, 이렇게 나와서 얘기하니까 좋네."

재혁이 말했다. "우리 나이 먹으면 친구 사귀기 힘들잖아. 근데 이렇게 만나니까 좋은 것 같아."

"맞아."

고기를 먹으면서 대화가 이어졌다.

민준이 물었다. "재혁아, 근데 너 아버지 회사 정확히 뭐 하는 거야?"

"폐유 재생."

"폐유?"

"응. 쓰고 버린 기름 모아서 다시 원유로 만드는 거. 재활용 사업이지."

지훈이 놀란 듯 물었다. "오, 그런 게 돼? 기름을 다시 만들어?"

"응.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이거 은근 돈 돼. 고물상이 돈 많이 버는 거랑 비슷해."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재활용은 진짜 돈 되긴 하지."

"맞아. 근데 나는... 좀 답답해."

"왜?"

재혁이 고기를 먹으며 말했다. "못 나가거든. 아버지 회사니까."

"그래도 안정적이지 않아?"

"안정적이긴 한데... 갇혀 있는 느낌이야. 다른 선택지가 없어."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비슷해. 대기업 왔는데 부품 됐거든."

지훈이 웃었다. "나는 대표이사인데 월급이 직원보다 적어."

세 명은 웃었다.

민준이 말했다. "우리 다 뭔가... 어정쩡하네."

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성공도 실패도 아니고."

지훈이 말했다. "그냥 살아가는 거지, 뭐."

"맞아."

고기를 다 먹었다.

민준이 소주 한 병을 시켰다. "가볍게 한잔만."

"좋지."

소주가 나왔다. 민준이 잔에 따랐다.

"건배."

"건배!"

잔이 부딪혔다.

소주를 한 잔 마시니 분위기가 더 풀렸다.

지훈이 물었다. "민준아, 너 연애는?"

민준이 웃었다. "나? 지금 하고 있어."

"오! 진짜?"

"응. 연애앱에서 만났어."

재혁이 놀란 듯 물었다. "연애앱? 거기서 만나져?"

"응. 자기소개 3,000자 썼더니 반응 좋더라."

"3,000자는 뭐 얼마나 길게 쓴거야?"

"응. 진정성 있게 쓰니까 매칭이 잘 돼."

지훈이 웃었다. "오... 대단한데?"

"근데 문제는... 오래 못 가."

"왜?"

민준이 소주잔을 들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처음엔 잘되는데 2개월 지나면 헤어져."

"2개월?"

"응. 맨날 그래. 잘되다가 갑자기 끝나."

재혁이 물었다. "뭐가 문제야?"

"모르겠어. 지속력이 없는 것 같아. 처음엔 진지하게 만나는데, 시간 지나면 뭔가... 식어."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비슷해. 연애 해봤는데 못 하겠더라."

"왜?"

"깊은 관계로 진척이 안 돼. 데이트는 하는데 뭔가 어색하고. 기념일 선물도 영 맞추질 못하고."

민준이 웃었다. "너도?"

"응. 그래서 지금은 아예 안 만나. 바쁘다고 핑계 대고."

재혁이 소주를 마시며 말했다. "나는 결혼정보회사 다녀."

"오! 진짜?"

"응. 3년 정도 됐어."

"어때? 잘 돼?"

재혁이 씁쓸하게 웃었다. "매칭은 잘 되는데... 재매칭이 안 돼."

"왜?"

재혁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얼굴이... 예뻐야 돼."

"?"

"솔직히 말하면, 첫 만남 때 얼굴 먼저 봐. 예쁘면 다음에도 만나고 싶고, 아니면... 뭐."

지훈이 웃으며 말했다. "야, 너 완전 얼빠네?"

민준도 웃었다. "얼빠 큰일이다. 그럼 매칭 잘 안 되겠네."

재혁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 매칭은 잘 돼! 순서대로 나오거든. 근데 재매칭이... 사진이랑 좀 다르면..."

"그럼 재매칭 안 하는 거야?"

"응..."

지훈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야, 그러면 안 되지. 속마음도 좀 봐야지."

"알아. 나도 알아. 근데 자꾸 얼굴이 먼저 보여."

민준이 웃었다. "얼빠 맞네."

재혁이 변명하듯 말했다. "그래도 나 순둥해 보이잖아. 근데 은근 다 알아."

"뭘 알아?"

"다들 얼굴 보는 거. 그냥 말 안 하는 거지."

세 명은 웃었다.

소주병이 비었다.

민준이 계산서를 봤다. "7만원. 내가 계산할게. 너희 이체해."

재혁이 휴대폰을 꺼냈다. "계좌 뭐야?"

민준이 토크뱅크 계좌를 불러줬다. "1000-11-2222222."

"얼마씩?"

"한 명당 2만 3천."

지훈이 이체하며 말했다. "보냈어."

재혁도 이체했다. "나도."

민준이 확인하고 계산했다. "ㅇㅋ."

밖으로 나왔다. 저녁 5시, 해가 기울고 있었다.

지훈이 말했다. "근데 우리... 2차 갈까?"

민준이 웃었다. "2차? 지금 5시인데."

"그래서 좋은 거 아냐. 이 시간에 맥주집 가면 조용하거든."

재혁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른 시간 맥주집 은근 괜찮아."

민준이 말했다. "그럼 가볍게 맥주나 한잔?"

"좋지!"



근처 호프집.

5시라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조용하고 편한 분위기였다.

"생맥주 3개요."

맥주가 나왔다. 차가운 맥주잔을 들고 세 명은 건배했다.

"건배!"

맥주를 한 모금 마시니 시원했다.

재혁이 말했다. "역시 맥주는 소주 먹고 마셔야 제맛이야."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

지훈이 맥주를 마시며 말했다. "근데 아까 미국 주식 얘기 더 하고 싶은데."

"응?"

"S&P500 같은 거 말고, 개별 종목은 어떻게 고르는 거야?"

민준이 말했다. "나도 궁금해. 테슬라나 엔비디아 같은 거."

지훈이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설명했다. "일단 산업을 봐야 돼. 앞으로 성장할 산업."

"예를 들면?"

"AI, 전기차, 반도체. 이런 거."

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엔비디아가 좋은 거네. AI 반도체니까."

"맞아. 근데 이미 많이 올라서... 지금 사기엔 좀 비싸."

민준이 물었다. "그럼 언제 사?"

"떨어질 때. 근데 떨어질지 안 떨어질지 모르잖아."

"그럼 어떻게 해?"

지훈이 웃었다. "그래서 분할 매수. 조금씩 나눠서 사는 거지."

"아..."

"한 번에 몰빵하면 위험하니까. 매달 조금씩 사는 거야. 적립식."

재혁이 맥주를 마시며 말했다. "그럼 결국 꾸준히 해야 되는 거네."

"맞아. 투자는 마라톤이야."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책에서도 그 얘기 나왔어. 복리로 장기 투자하라고."

지훈이 말했다. "맞아. 근데 대부분 사람들은 단타 치려고 해. 한 방에 대박 내려고."

"너는?"

"나도 그랬어. 근데 다 잃었지."

"..."

"그래서 이제는 장기 투자만 해. 물론 돈이 없어서 못 하고 있지만."

세 명은 웃었다.

재혁이 물었다. "근데 너 사업은 어때? 돈 많이 벌었겠다!"

지훈이 씁쓸하게 웃었다. "아직. 5년째 적자야."

"힘들겠다."

"응. 근데 포기는 못 해. 여기까지 왔는데."

민준이 물었다. "사업은 뭐 하는데?"

"앱 개발. B2B."

"오..."

"기업들한테 납품하는 건데, 경쟁이 치열해. 대기업들이 다 하거든."

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힘들겠네."

"맞아. 근데 사업은 한 방이잖아. 한 번 대박 나면 되는 거니까."

민준이 맥주를 마시며 말했다. "그 믿음으로 5년 버틴 거야?"

"응. 아니면 진작 접었지."

지훈이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근데 너희는 어때? 돈 모으고 있어?"

민준이 고개를 저었다. "나? 월급에서 대출 이자 80만원 나가고, 생활비 200 쓰고, 적금 50 넣으면 끝이야."

"그럼 저축이..."

"거의 안 돼. 1년에 600 모으는 게 다야."

재혁이 말했다. "나도 비슷해. 아버지가 전세 지원해주시긴 하는데, 생활비는 내 돈으로 쓰거든."

지훈이 웃었다. "그래도 너희는 월급도 꼬박꼬박, 성과급도 받잖아. 나는 지금 성과급도 없어."

"..."

"창업하면 대표가 제일 가난해."

세 명은 웃었다.

민준이 말했다. "그래도 우리 다 살아는 있잖아."

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은 못 했지만 실패도 안 했고."

지훈이 맥주잔을 들며 말했다. "그럼 그걸로 됐지. 건배."

"건배!"

잔이 부딪혔다.

맥주를 마시면서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지훈이 말했다. "근데 우리 진짜 미국 주식 공부 좀 해야 될 것 같아."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그 생각 했어."

"다음 주에 각자 종목 하나씩 조사해올까?"

"좋은데? 뭐 조사할까?"

지훈이 말했다. "관심 있는 거. 테슬라든 애플이든."

재혁이 말했다. "나는 엔비디아 해볼게."

민준이 말했다. "나는 애플."

지훈이 웃었다. "그럼 나는 테슬라."

"ㅇㅋ. 다음 주에 발표하자."

"발표?"

"응. 왜 이 주식이 좋은지 설명하는 거지."

재혁이 웃었다. "오, 학교 다니냐."

"공부 모임이잖아."

세 명은 다시 웃었다.

맥주를 한 잔 더 시켰다.




밤 7시가 넘었다.

호프집을 나온 세 명은 역삼역 앞에서 헤어졌다.

"다음 주 토요일 2시."

"ㅇㅇ, 역삼역 2번 출구."

"각자 종목 조사해오는 거 잊지 마."

"ㅇㅋ!"

민준은 지하철을 타고 송파로 향했다.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공부도 제대로 하고 술도 마시고. 균형이 맞았다.


집에 도착해서 휴대폰을 켰다.

단톡방에 메시지가 있었다.

지훈: 오늘 재밌었어! 다음 주도 기대된다~

재혁: 나도. 엔비디아 공부 좀 해야겠다

민준이 답장을 보냈다.

민준: ㅋㅋ 나도 애플 알아볼게. 다음 주 봐!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경제 스터디.

공부 1시간 반, 밥 1시간, 술 2시간.

나쁘지 않았다.

민준은 창밖을 봤다.

토요일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민준은 웃었다.


이전 01화경제 스터디 모집 공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