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가 부른 나비효과

by 모아키키 정세복



역삼역 근처 가성비 삼겹살집. 세 남자의 테이블 위에는 이미 소주 네 병이 비워져 있었다. 취기가 오르자 15분간의 짧았던 경제 공부는 광기 섞인 '결의'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야, 아까 재혁이가 말한 그 엔비디아... 그거 진짜라니까?" 지훈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주잔을 흔들며 말했다. "미국 놈들이 칩 없어서 난리라며! 월요일 장 열리자마자 우리가 안 사면 누가 사냐?"



재혁이 가죽 재킷 소매에 묻은 기름때를 문지르며 맞장구쳤다. "맞아! 우리 아버지는 폐유나 재생하고 앉아있는데, 나는 이 세상을 재생시키고 싶다고! 월요일 밤 10시 반, 내 인생은 다시 태어난다!"


"월요일에 무조건 누른다! 약속해!"


민준은 송파 투룸 전세 대출 이자 80만 원을 생각하며 잠시 망설였지만, 오늘 회사에서 팀장에게 들은 "팀장님 말씀만 들어"라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그래, 부품으로 사느니 대주주로 죽자! 월요일에 각자 전 재산의 10%씩 태우는 거다. 안 사는 놈은 87년생 아니다!"


지훈은 모아둔 개인 비상금 200만 원을 떠올리며 비장하게 외쳤다. "나도 건다! 이거 대박 안 나면 나 내일 진짜 대표이사 사퇴하고 알바 뛴다!"






그때, 민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연애 앱에서 매칭된 그녀였다. 8"어? 카톡 왔다! '주말인데 뭐 하세요?'라고 물어보는데?"



취기가 오른 민준은 지훈과 재혁의 훈수를 받으며 답장을 적어 내려갔다.


"지금 친구들과 엔비디아의 미래 가치와 AI 산업의 변곡점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 중입니다. 월요일에 큰 건 하나 터뜨릴 것 같네요."



재혁은 옆에서 소주병을 배경으로 가죽 재킷 폼을 잡으며 말했다. "야, 그 멘트 좋다. 나도 결정사 매니저한테 이 사진 보내줘. '엔비디아 대주주 예정자의 고뇌'라고 적어서."


"자, 월요일 풀매수를 위하여! 건배!" 세 남자는 그 '약속'을 소주잔에 담아 들이켰다.





하지만 광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고깃집 아줌마가 계산서를 들고 왔기 때문이다.


"삼겹살 5인분에 소주 5병, 9만 8천 원이요."



방금 전 월요일에 천만 원을 태우겠다고 결의했던 '예비 억만장자'들은, 10만 원이 안 되는 계산서 앞에서 다시 작아졌다.


"야... 민준아, 네가 일단 긁고 우리한테 2만 3천 원씩 이체해라. 나 아까 월요일에 살 돈 계산하느라 잔고가 좀 아슬아슬해."




결국 그들은 1원 단위까지 나누는 정교한 더치페이 끝에 고깃집을 나섰다. 역삼역 2번 출구 앞에서 헤어지며 재혁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근데... 우리 월요일에 술 깨고도 이 마음 변치 않겠지?"


"몰라, 인마. 일단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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