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월요일, 전 재산을 태우다

by 모아키키 정세복

토요일의 호기는 사라지고, 2022년 10월의 월요일은 어김없이 밝았다. 숙취는 이미 일요일 오후에 씻은 듯이 사라졌지만, 월요일 아침 특유의 무거운 공기는 민준의 어깨를 짓눌렀다.



민준은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토요일 밤의 흔적을 확인했다. 연애 앱 매칭 상대에게 보낸 "엔비디아의 변곡점" 운운하던 메시지 옆의 숫자 '1'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답장은 없었다. 5,000자의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매칭에 성공했을 때의 희열은, 술기운에 보낸 주식 이야기한 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민준은 '술이 덜 깨서 그랬다'는 변명을 구태여 덧붙이지 않았다. 어차피 끝난 인연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같은 시각, 재혁은 아버지의 공장에서 기름때 절인 남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지난번에 120만 원을 주고 산 젠슨 황 스타일의 가죽 재킷은 집 안 가장 깊숙한 옷장에 고이 모셔두었다.

아버지는 비어있는 드럼통을 나르는 재혁을 보며 혀를 찼다.


"야, 박재혁! 무슨 비싼 옷을 샀다고 어머니한테 자랑질이야? 그 돈 있으면 주택청약이나 더 넣어!"


재혁은 대답 없이 묵묵히 폐유 통을 옮겼다. 폐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끈적한 기름통 사이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오늘 밤 10시 30분에 열릴 미국 증시뿐이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민준을 기다리는 건 팀장의 차분한 지시였다.


"민준 씨, 이거 하느라 고생 많았는데... 미안하지만 저번에 올린 기획안은 일단 보류하자고. 위에서 지금은 새로운 시도보다 데이터 안정화가 우선이래. 그냥 저번처럼 엑셀 시트 정리 좀 다시 해줄 수 있지?"


민준은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자리에 앉았다. 연봉 8,000만 원은 창의성의 대가가 아니라, 내 생각을 지우고 앉아 있는 '시간의 대가'였다.


그는 엑셀 창을 띄우고 숫자들을 칸에 맞춰 넣기 시작했다. 나는 부품이다. 정교하고 값비싼, 하지만 시키는 대로만 움직여야 하는 부품이다.






퇴근 후 각자의 집으로 돌아온 세 남자는 다시 단톡방에 모였다. 토요일 밤 삼겹살집에서의 약속은 유효했다.


지훈: 야, 장 열렸다. 엔비디아 지금 $110불 깨지기 일보 직전이다. 나 준비됐다.


재혁: 나도. 비상금 300만 원 다 환전해 놨다. 이거 잃으면 난 진짜 평생 이 공장에서 폐유만 짜야한다.


민준: 나도 적금 깬 거 500만 원 다 태운다. 팀장 얼굴 보면서 데이터 정리하는 거, 이제 주주 마음으로 견뎌본다.



밤 10시 30분. 미국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세 남자는 약속대로 '몰빵'을 감행했다. 지훈은 회사에 들어갈 돈을 아껴 모은 개인 비상금 200만 원을, 재혁은 300만 원을, 민준은 500만 원을 한꺼번에 밀어 넣었다.


"매수 체결."


스마트폰 알림음이 동시에 울렸다.



2022년 10월의 그들에겐 피 같은 돈을 절벽 아래로 던지는 기분이었다.


"야, 우리 이제 진짜 주주다. 이제 엔비디아 망하면 우리 셋 다 역삼역에서 노숙하는 거다."


민준의 메시지에 지훈과 재혁은 답장 대신 '좋아요'를 눌렀다. 주가는 매수하자마자 다시 1.5%가 빠지기 시작했다.


민준은 조용히 휴대폰을 엎어놓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부자가 되는 길은 공포스러웠고, 월요일 밤의 침묵은 삼겹살집의 소란스러움보다 훨씬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