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고 싶을 때
가끔 멍하니 서서 지금의 나를 돌아봅니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내가 선택한 결과들이 모여 지금을 만든 것일 텐데, 때로는 전생의 업보나 거대한 운명의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언가 대단한 깨달음이 부족해서 이런 상황에 놓인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탓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그저 허무맹랑한 공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인연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지금 내가 마주한 상황, 만나는 사람, 심지어 이지경에 이른 감정까지도 꽤나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어봅니다. 인연이라는 말은 때로 가혹하지만, 동시에 지금의 나를 설명해 주는 유일한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왜 자꾸만 문장을 잇고 싶은지, 여기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도 선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 안의 무언가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이 쓰고자 하는 마음 또한, 어쩌면 나를 다음 장으로 데려가려는 인연의 일부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적어둡니다. 혼란스럽고 애매한 마음을 굳이 정리하려 애쓰지 않습니다. 아직 확신은 없지만, 이렇게 쓰다 보면 언젠가 지금의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 하나는 발견하리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지금은 이 모호함을 견디며 써 내려가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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