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의 힘과 원자재의 이유

by 모아키키 정세복


토요일 오후 2시, 역삼역 2번 출구 스타벅스 2층. 창가 자리에는 묘한 활기가 감돌았다. 민준은 자리에 앉자마자 경건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켰다. 월요일 밤 110달러 부근에서 '풀매수'했던 엔비디아 계좌에 드디어 희미한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1. 0.5% 수익과 복리의 환상


"야, 얘들아. 나 드디어 빨간불이다! 비록 0.5% 수익이지만, 대기업 부품으로 살면서 처음으로 자본가가 된 기분이야." 민준이 감격에 젖어 속삭였다.


지훈이 텀블러를 탁 내려놓으며 말을 받았다. "민준아, 그게 바로 복리(Compound Interest)의 위대한 첫걸음이야. 아인슈타인이 복리를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했어. 이건 단순히 원금에 이자가 붙는 게 아니라, 이자에 이자가 붙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원리거든. 지금 네 0.5%가 나중에는 네 연봉을 추월하는 엔진이 될 거다."


민준은 이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야, 그럼 0.5%씩 매일 오르면... 1년이면 180%고, 이걸 복리로 돌리면... 나 내년에는 퇴사하고 역삼역에 빌딩 세우는 거 아니냐?"


지훈이 혀를 찼다. "복리는 시간이 깡패야. 근데 넌 지금 인내심이 아니라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네. 워런 버핏 형님이 90% 이상의 부를 60세 이후에 쌓았다는 걸 잊지 마."




2. 금, 은, 그리고 닥터 코퍼(Copper)의 비밀


재혁이 턱을 괴며 물었다. "근데 지훈아, 달러만큼 금도 중요하다고 하잖아. 금은 왜 자꾸 뉴스에 나오는 거야? 은은 왜 찬밥이고?"


지훈이 화이트보드 대신 티슈에 펜을 들었다. "잘 들어. 은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가치를 잃은 적 없는 '안전자산의 끝판왕'이야. 화폐 가치가 똥이 될 때 사람들은 금으로 도망가거든. 반면에 은 가치 저장보다는 공업용 수요가 50%가 넘어. 경제가 안 좋으면 공장이 멈추니까 은값도 같이 떨어지지. 그래서 은은 금만큼 대접을 못 받는 거야."


민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지훈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구리는 더 재밌어. 별명이 '닥터 코퍼(Dr. Copper)'야. 구리는 가전, 건설, 전력망 등 안 쓰이는 산업이 없거든. 그래서 구리 가격이 오르면 '아, 전 세계 공장이 잘 돌아가는구나' 하고 실물 경기를 진단하는 박사님 역할을 하는 거지."




3. 미래의 쌀: 리튬, 희토류, 그리고 자원 전쟁


"그럼 요즘 난리인 리튬이랑 희토류는?" 재혁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건 '미래 산업의 쌀'이지. 전기차 배터리에는 리튬이 필수고, 반도체나 스마트폰에는 아주 적은 양이지만 없으면 안 되는 희토류가 들어가. 이건 특정 국가들이 꽉 쥐고 있어서 자원 민족주의의 무기가 되기도 해. 기름을 가진 나라가 권력을 쥐었던 것처럼, 이제는 이런 핵심 원자재를 가진 나라가 갑이 되는 시대야."


재혁은 감탄했다. "와... 우리 아버지 폐유 재생 사업도 결국 원자재 순환 아니냐? 폐유에서 뽑아내는 기름도 일종의 '블랙 골드'네. 이거 다음 소개팅에서 써먹으면 완전 지적으로 보이겠는데?"




4. 경제 공부의 마무리는 고기와 소주다.


오후 5시, 세 남자는 다시 뒷골목 고깃집에 모였다. 재혁은 가죽 자켓을 의자에 내팽개친 채 소주잔을 들이켰다.


"야, 리튬이고 구리고 다 필요 없다. 엔비디아 주주면 뭐 하냐. 내 옆엔 폐유 드럼통뿐인데."


민준이 고기를 뒤집으며 위로했다. "거봐, 내가 입 조심하라고 했지. 수익률 0.5%보다 삼겹살 1인분 추가가 훨씬 확실한 행복이야."


지훈이 9만 원이 넘는 계산서를 보며 비장하게 말했다. "형들아, 복리는 고통을 먹고 자란다. 오늘 삼겹살값 인당 3만 3천 원씩 정확하게 입금해. 우리 자본금 깎아 먹지 말자."


세 남자는 1,000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더치페이를 하며 소주병을 비웠다. 부자 되는 길은 멀고 험난했지만, 함께 멍청한 짓을 공유하고 서로를 비웃어줄 수 있는 동갑내기 친구들이 있기에 그들은 다시 웃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