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에 입대하기 위해 집 앞 공원을 쉬지 않고 뛰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육군과 달리 지원해서 가는 군대였기에, 몇 가지 테스트 중 정해진 시간 안에 기준 거리를 통과해야 하는 체력검정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며 연습에 몰두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시험 당일, 몸 상태는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분명 운동장 바퀴 수를 정확히 세며 뛰었고, 페이스도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제 계산대로라면 거의 2등으로 들어오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결승선을 앞둔 찰나,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불쑥 고개를 들었습니다.
'내가 혹시 한 바퀴를 덜 뛴 건 아닐까?'
결국 저는 저 자신을 믿지 못해 남들보다 한 바퀴를 더 뛰었습니다.
여유 있게 들어올 수 있었던 순위는 중간쯤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그때 가장 아쉬웠던 건 체력이 아니라 자기 확신이었습니다.
분명히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마음의 흔들림이 순위를 바꾼 것입니다.
인생에서도 가끔 그런 순간을 마주합니다.
충분히 연습했고 실력을 갖췄음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나를 의심하여 불필요한 바퀴를 더 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됩니다.
연습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지만, 그 결과를 완성하는 것은 '나는 해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글쓰기나 기록을 통해 나를 어떻게 남기는 법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스스로 나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자주 듭니다.
프리랜서 일을 하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메울 때마다 '내가 할 줄 아는 게 이렇게 많았나' 싶어 새삼 놀라곤 합니다.
어쩌면 저는 저 자신을 너무 낮게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지금은 한 바퀴를 더 뛰기보다, 내가 이미 통과한 바퀴 수를 정직하게 인정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록 #자기확신 #역량 #프리랜서 #나라는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