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팥이 들어간 빵을 좋아합니다. 지금도 여전한 빵돌이입니다.
간식이 생각날 때면 무의식 중에 팥이 들어간 무언가를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어릴 적부터 유독 많이 봐왔던 SF나 판타지 영화들도 저의 오랜 취향입니다.
문득 돌아보니 이 사소한 선호의 기저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었습니다.
취향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피는 못 속인다는 말처럼, 부모님의 취향은 은밀하고도 단단하게 자식의 인생 일부분으로 자리 잡습니다.
어머니가 즐겨 보시던 스크린 속의 낯선 세계와 아버지 또한 즐겨 사 오시던 팥빵의 단맛이 지금의 저를 이루는 감각의 뿌리가 된 셈입니다.
무조건 부모님을 복제하며 사는 건 아니지만, 문득문득 발견되는 닮은 모습에서 유전의 힘을 느낍니다.
그것은 단순히 외모를 닮는 것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즐거움을 느끼는 방식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팥빵 한 입을 베어 물고 영화를 고르는 이 평범한 일상 속에 가족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행복한 가족이란 대단한 사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취향이 닮아가고 그것이 한 사람의 고유한 세계로 전이되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나를 키워낸 이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건 꽤 근사한 일입니다.
결국 내가 무언가를 좋아하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의 끝을 따라가 보면 어김없이 부모님의 영향 아래 이어져 온 삶의 궤적을 마주하게 됩니다.
내가 선택한 취향이라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전해 내려온 소중한 유산임을 깨닫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이 익숙한 연결고리를 긍정하며 나라는 세계를 채워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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