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장 밖에서 마주한 완벽한 축복의 장면

by 모아키키 정세복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는 버진 로드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사촌동생의 결혼식이었습니다. 저의 소임은 식장 문밖에서 축의금을 확인하고 식권을 나누어 주는 일.


하객들의 명단을 대조하고 봉투를 정리하다 보니, 정작 화려한 조명 아래서 진행되는 본식의 장면은 단 한 장면도 보지 못했습니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박수 소리와 희미한 음악 소리로 안쪽의 열기를 짐작할 뿐이었지요.
하지만 묘하게도 마음은 더없이 평온하고 기뻤습니다.


일상과 일상의 견고한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이 특별한 날, 제가 그 축제의 원활한 흐름을 돕는 작은 톱니바퀴가 되었다는 사실이 기분 좋게 다가왔습니다.


주인공의 찬란한 순간을 직접 눈에 담지는 못했어도, 그들의 시작을 위해 누군가는 머물러야 할 그 자리를 내가 지키고 있다는 안도감.

그것 또한 일종의 '축복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하의 마음은 꼭 박수갈채 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닐 겁니다.


정성껏 이름을 적어 내미는 봉투를 소중히 건네받고, 먼 길 와주신 분들께 식권을 건네는 그 짧은 찰나의 눈 맞춤들.


그 소소한 접점들 속에 오늘 하루의 온기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소임을 마친 뒤 마주할 맛있는 음식과 가족들과의 담소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한 뒤에 누리는 이 소박한 보상은, 어쩌면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낸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가장 달콤한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모든 순간에 주인공일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가장 행복한 날을 위해 기꺼이 배경이 되어주는 일, 그 틈새의 시간마저 기쁨으로 채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본식을 보지 못했어도 충분히 완벽한, 참으로 기분 좋은 축하의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