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슐츠의 카피: 이탈리아 문화를 통째로 스타벅스

by 모아키키 정세복

비즈니스 세계에서 복제와 혁신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누군가는 타인의 아이디어를 훔쳐 제 배를 불리는 사기꾼이 되고, 누군가는 그 아이디어를 척박한 토양에 옮겨 심어 새로운 문명을 개척한다.


1983년, 밀라노의 비 내리는 거리에서 시작된 한 남자의 지독한 결벽과 망상. 시애틀의 평범한 원두 판매원이었던 하워드 슐츠가 어떻게 이탈리아의 수백 년 전통을 통째로 하이재킹하여 전 세계를 초록색 로고의 노예로 만들었는지, 그 처절하고도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적어본다.






운명의 밀라노: "나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



1983년 봄, 이탈리아 밀라노. 뉴욕 출신의 야심만만한 서른 살 사내, 하워드 슐츠는 길을 걷다 멈춰 선다. 코 끝을 찌르는 진한 에스프레소 향, 그리고 열린 문 사이로 터져 나오는 활기찬 오페라 선율.


그곳은 작은 '에스프레소 바'였다. 하얀 셔츠에 나비넥타이를 맨 바리스타는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럼 우아하게 손을 놀렸고, 손님들은 이름을 부르며 아침 인사를 나눴다. 슐츠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당시 미국인들에게 커피란 사무실 구석에서 식어가는 시커먼 '물'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커피는 종교였고, 예술이었으며, 삶의 심장부였다. 슐츠는 전율했다.


"스타벅스는 본질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


그는 시애틀의 작은 원두 가게를 이탈리아의 '제3의 공간(Third Place)'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무모한 야망을 품는다. 그것은 비즈니스의 시작이자, 거대한 ‘문화적 약탈’의 시작이었다.






"우린 식당 주인이 아니야!" : 낡은 고집과의 전쟁



시애틀로 돌아온 슐츠는 광인처럼 비전을 쏟아냈다.


"매장에서 음악을 틀고, 의자를 놓고, 이탈리아처럼 라떼를 팔아야 합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조소였다. 스타벅스의 창업자들은 고결한 '원두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에게 슐츠의 제안은 신성한 원두 가게를 뜨내기들이나 모이는 시끄러운 '다방'으로 타락시키는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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