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맛본 그리스식 브런치

by 모알라


두 달에 한 번씩 연락 오는 대학교 동기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잘 지내냐고 연락이 왔다. 친구의 이름은 Prianka Sisodiya.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도 계열 영국인이다. 항상 말을 예쁘게 하는 이 친구는 똑 부러지는 성격까지 갖추었다. 아, 참고로 P는 채식주의자이다. 고기도 해산물도 먹지 않는 친구이기에 우리는 Vegetarian 옵션이 많은 레스토랑을 골라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주로 P에게 선택권을 준다.


우리는 토요일 아침에 런던에서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런던에서 기차로 20분 떨어진 곳에 사는 나는 (런던 Zone 6), 평일마다 런던으로 출근해야 하는 나는, 주말만큼은 동네에서 놀고 싶어 하지만 이 날 만큼은 예외다. 우리는 만나기 며칠 전부터 메일을 바쁘게 주고받았다. 어느 식당이 핫하고 어디 브런치가 맛있다더라 식의 심플한 대화였다.


우리는 Marylebone에 위치한 Greek (그리스식) 레스토랑을 가기로 했다. 그곳은 바로 Opso[gr. ΟΨΟ]!

옵소는 고대 그리스어로 아주 맛이 좋은, 그리고 소량의 음식을 뜻한다.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11시에 만나기로 했다. Baker Street 역에 내려서 식당까지 찾아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도보로 7분이다. 나는 저 멀리서 옵소를 발견하고 카메라를 꺼내어 사진을 찍었다.





10 Paddington St, W1U 5QL, Marylebone, London



빈티지한 나무 프레임, 하얀 타일 위에 새겨진 하늘색 로고, 푸른빛이 도는 진회색 페인트, 이 모든 게 조화로웠다. 실내는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키 큰 남자 직원이 웃으며 나를 반겼다. 예약을 했냐는 질문에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기 시간이 2시간이었다. 내가 들어갔을 때는 테이블에 자리가 텅텅 비어서 별문제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진짜 입이 턱 벌어지며 "2시간..?'이라고 되물었다. 컴퓨터 시스템을 확인하더니 지하에 테이블 하나가 남는다고 해서 나는 덥석 그 자리를 달라고 얘기했다. 이제는 브런치 예약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사진 출처: Petite Passport (위),Guardian (아래)



입구 앞에는 작은 바가 있었고 복도를 지나가니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넓은 공간이 보였다. 수많은 테이블들로 가득했고 중간에는 기다란 원목 바테이블이 있었다. 작은 화분들은 실내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들어줬고 Le Pain Quotidien을 연상케 한 인테리어였다. 나는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약 10개의 테이블과 단체룸도 2개나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단체룸



10분이 지났을까? 친구가 도착했다. 못 본 사이에 P의 얼굴은 좋아 보였다. 파트타임 일과 인턴십을 병행하던 P는 모든 것을 잠시 접어두고 마음의 안정을 찾으러 3달 동안 인도로 떠났었다. (물론, 풀타임이 아니었지만)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던 것이 난 참 멋져 보였다. 졸업을 하자마자 바로 취직을 했던 것이 나는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한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먹고 느끼는 게 얼마나 값진 건지 그때는 몰랐었다. 하루라도 빨리 취직을 하는 것이 내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꼭 프라하와 부다페스트를 갈 수 있도록!




Lukumi (그리스식 커피)



P는 그리스식 커피를 도전했다. 커피명은 Lukumi. 그리스식 커피는 원두를 곱게 갈아 물을 붓고 끓이다가 거품이 일어날 때 잔에 따라 가루를 가라앉힌 뒤 마시는 방식으로, 맛과 향도 강하다고 들었다. 강해서 그런지 옆에 브라운 슈가도 준비해줬다. Lukumi는 로즈워터와 설탕이 이미 첨가된 커피다. 로즈워터의 향은 깊고 그윽했다.


브런치 메뉴는 다양했다. 샐러드부터 에그 요리, 타파스, 수프, 빵과 팬케익까지. 우리는 그중 Kayanas 에그 요리와 옵소 팬케이크를 주문했다. Kayanas는 그릴 된 빵 위에 그리스식 스크램블 에그와 체리 토마토, 그리고 페타 치즈를 곁들인 음식이다. Opso Pancake은 오가닉 딸기잼과 크림치즈 그리고 블루베리가 올라간다.






Kayanas가 먼저 나왔다. 그리스식 스크램블 에그는 버터 맛이 강했고 치즈향이 가득 올라왔다. 체리 토마토가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잡아줬다. 빵도 오븐에서 갓 구워낸 것 같았다.






팬케이크는 넓은 그릇에 예쁘게 담겨 있었다. 위에 올려진 블루베리는 아쉽게도 냉동된 블루베리였다. 살짝 얼려져 있어서 아삭한 식감이 있었지만 생블루베리였으면 딸기잼과 더 잘 어우러졌을 것 같다. 크림치즈도 달고 맛있었다. 팬케이크 빵은 꽤 두꺼워서 스폰지 빵 같았다.






직원들은 하나 같이 친절했고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시끌벅적한 느낌보다 평화로운 느낌을 주었던 옵소였다. 옵소의 뜻을 그대로 재현한 레스토랑이었다. 내 첫 그리스식 브런치는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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