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e (1) - 여전한 로마
가을 휴가는 어디로?
작년 가을, 내 휴가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이탈리안 동료 한 명이 로마에서 에어비엔비를 한다는 것이 생각나 혹시 11월에 예약 가능한 날짜가 있냐고 물어봤었다. 내 동료는 아파트 예약 현황표를 확인하고 11월 셋째 주, 4일간 예약해주었다. 고맙게도 동료 할인까지 해주었다. 에어비엔비에서 숙소를 확인하니 아주 깔끔하고 모던한 아파트였다. 넓은 거실에는 2인용 소파베드가 있었고 방 하나에는 퀸사이즈 침대와 슬라이딩 붙박이장이 있었고 모던한 분위기의 화장실과 부엌도 있었다. 심지어 여행하기에도 최적화된 위치였다 - 테르미니역에서 도보 10분. 콜로세움도 도보로 12분 걸린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편한 여행이 될지 의심치 않았다.
로마를 세 번째 방문하는 거라 큰 욕심 없이 하루에 두 곳을 가는 것을 목표로 계획을 짰다. 2시간 45분간의 짧은 비행을 마치고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미리 예매한 Terravision 버스를 타고 테르미니역에 도착했다. 핸드폰 로밍을 해서 별 탈 없이 숙소 앞에 도착하니 50대로 보이는 이탈리안 아저씨가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고 예약된 이름을 확인했다. 숙소에 들어서니 넓은 거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3인용 소파가 있었고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유리창 옆에는 작은 식탁이 있었다. 식탁 위에는 내 동료가 미리 준비해둔 이탈리안 스낵 몇 개와 과일이 올려져 있었다. 이런 작은 정성이 너무 고맙고 귀여웠다. 짐을 대충 풀고 카메라와 지도만 챙겨서 밖으로 나섰다.
분위기부터 다른 로마였다. 예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낡은 건물들은 런던의 건물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알록달록한 색으로 페인트 칠이 되어 있었다.
첫 끼니는 뭐니 뭐니 해도 피자
허기가 진 우리들은 사람들이 들락날락거리는 작은 피자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램수로 가격을 측정했던 이 곳은 단골손님들이 몇 있었는지 종업원과 근황을 묻는 듯한 대화가 오고 갔다. 피자 종류가 많았지만 제일 눈에 들어오는 모짜렐라 + 토마토 + 바질 피자와 터키에서 추억의 음식으로 많이 먹던 감자 피자를 주문했다. 빵은 얇아서 좋았고 한 입을 베어 먹을 때마다 치즈는 쩍쩍 갈라져서 흡족했던 첫 끼니였다.
아쉽게도 공사 중이었던 Spanish Steps
15분 정도 걸었을까? 우리는 스페인 계단에 도착했고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스페인 계단 앞에는 보수공사 안내판과 보안 울타리가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런 철장 앞에도 포토존이 존재했는지 관광객들은 한 사람이 나오면 다른 한 사람이 비좁은 곳으로 들어가 울타리를 등지고 서서 포즈를 취했다. 나도 인증 사진을 찍고 스페인 광장을 지나 가게들 구경에 나섰다.
자수 레이스 양산들
트레비 분수를 지나가던 찰나에 특이한 카페/레스토랑을 발견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불그스름한 빛으로 보인 것은 조명이 아닌 히터였고 각 테이블마다 양산들이 꽂혀 있었다. 화려한 자수 레이스가 포인트인 양산들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티 파티 장면을 연상시켰다.
트래비 분수는 항상 옳다
스페인 광장에서 8분이면 오는 길을 헤매서 예상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트레비 분수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인 만큼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분수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혹시나 소매치기를 당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한 손으로 가방을 움켜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사진을 찍었다.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빈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트레비 분수였다.
베네치아 광장을 지나가며
여행자들에게는 유명한 곳이지만, 현지인들은 쳐다도 보지 않는 곳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재자 무솔리니가 연설했던 곳이었기 때문일까? 현지인들은 추악한 궁전이라 불리며 이곳을 부끄러워한다.
로마 3대 젤라또 | Giolitti
로마 하면 빠질 수 없는 젤라또! 나는 로마로 떠나기 전에 수많은 맛집들을 검색했고 그중에 꼭 가보고 싶었던 지올리띠로 발걸음을 향했다. 지올리띠는 무려 100년도 넘은 젤라또 가게이다. 참고로 Vittorio emanuele 역에 내려서 찾아가는 것이 가장 쉽다. 초록색으로 크게 쓰인 GIOLITTI가 보였다. 로마의 밤거리는 고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올리띠는 예외였다.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북적거렸던 이 곳의 젤라또 맛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계산대에서 주문을 먼저 하고 영수증을 받아서 젤라또 퍼주는 직원에게 내밀었다. 그 많은 맛들 중에서 세가지만 골라야 하다니.. 나는 피스타치오와 쌀 그리고 라즈베리 맛을 주문했다. 쌀은 굉장히 고소했고 라즈베리는 진한 상큼한 맛으로 쌀맛과 상반돼서 맛있었고 피스타치오는 그야말로 헤븐이었다.
Giolitti
Via degli Uffici del Vicario 40
00186 R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