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전 부터 약 3주간의 휴가를 미리 낸 곳은 다름 아닌 내 고향, 한국이다. 매년 방문하는 한국이지만 나는 항상 한국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난다. 해외에서 거주한지 16년차가 되어 가고 있어도 나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가 파스타와 피자보다 좋고 영어보다 한국어가 익숙하고 좋다. 아무리 해외에서 오래 살아도 갓 유학 온 한국 친구들보다도 더 토종 한국인 같은 나.
런던에서 직항을 타고 11시간 뒤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엄마가 나와 계셨다. 요즘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와이드 팬츠와 맨투맨 차림의 엄마는 한 눈에 나를 알아보셨다. 집으로 향하는 내내 엄마는 질문이 끊이지시 않으셨고 나는 대답하고 설명하기 바빴다. 영국에 있을 때는 항상 몇마디 카톡만 주고 받았던게 내가 혹여나 귀찮아하고 바쁠까봐 길게 대화를 못했던 거 같아서 마음이 짠했다. 이토록 딸을 궁금해하는 엄마 마음을 차마 헤아리지 못했던게 죄송했다. 올해 한국 방문 목적은 가족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것. 앞으로의 18박 19일이 너무 기대됐다.
계절의 맛을 즐기는 이십사절기
지인의 맛있는 곳을 소개해주겠다며 데려간 곳은 바로 이십사절기. 일식과 중식 그리고 양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영국을 벗어나 한식 파인 다이닝을 먹이고 싶었다던 지인의 마음이 너무 귀엽고 고마웠다. 이십사절기의 저녁메뉴는 코스 요리 밖에 없다. 식전주전부리로는 찹쌀 옥수수와 견과류 그리고 밤고구마가 나온다. 그 다음에 차례대로 오이콩국수, 민어바케트와 침채, 먹새우감자튀김, 대통연잎흑돼지찜, 나물퓨레를 곁들인 연어요리, 나물밥비빔용 콩비지 찌개와 마지막으로 녹차 아이스크림과 커피가 나왔다. 이 코스는 총 두 시간에 걸쳐 서빙이 됐고, 우리는 모든 음식들의 플레이팅에 감탄을 자아냈던 기억이 난다.
심쿵 샐러드
한국에 도착 후 몇날 몇일을 폭식했을까. 연속으로 잡힌 약속들로 인해 내 위는 계속 더부룩했고 버거웠다. 한끼 정도로는 샐러드를 먹었어야만 했다. 나는 샐러드 맛집을 검색하기 바빴다. 십분 동안 고민 끝에 결정한 곳은 가로수길에 위치한 배드파머스. 신선한 재료와 건강한 느낌의 레시피가 마음에 들었다. 총 여섯가지 샐러드 중에 나는 아보콥을, 친구는 쉬림프 볼을 주문했다.
아보콥: 아보카도, 연어, 체리토마토, 올리브, 달걀, 옥수수, 로메인 상추, 치킨, 참깨 된장 드레싱
쉬림프 볼: 케이준 새우, 로메인 상추, 오이, 옥수수, 빨간 양파, 레몬, 체리 토마토
아보콥에는 참깨 된장 드레싱이 나온다. 사이드로 나온 따뜻한 단호박 스프는 달짝지근해서 빵을 찍어 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좋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들었던 아보콥 때문이라도 재방문 의사 100%.
도시를 떠나 산정호수
둘째주 주말 아침부터 우리 세가족은 전날부터 주문한 참치 김밥 5줄을 찾고 산정호수로 떠났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는 벌써 도착해 있었다. 넓은 주차장에는 관광 버스들과 차들로 꽉꽉 찼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약속한듯이 셀카봉을 들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조금 걷다보니 호수가 보였다. 너무 아름다웠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연사를 찍기 시작했다. 산정호수 한 바퀴를 걷다 보니 대략 한 시간 반이 소요 됐다. 시간이 촉박한 분들께는 반바퀴만 돌 것을 권유하고 싶다.
양념갈비 먹으러 서초 사리원
한국까지 왔으면 고기를 빠트릴 수 없는 법. 서초 사리원에서 안심 스테이크, 돼지갈비와 냉면을 주문했다. 반찬들은 모두 깔끔했고 정갈하게 놓아져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푸짐한 양에 놀라웠고 돼지갈비는 야들야들한 식감에 양념도 잘 베어 있어서 만족도가 높은 한 끼 식사였다. 내가 고기 한 점을 먹고나면 아빠는 내 앞접시에 고기 두점을 조용히 놔두셨다. 항상 좋은거 보여주시고 맛있는 것 사주셔도 한 없이 미안해하는 아빠 마음을 알기에 난 몇 시간 전에 늦은 점심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얘기드리지 못한 채 고기에 냉면까지 연이어 먹었다. 다행히 체하진 않았지만 그 다음날 점심까지도 포만감이 유지되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