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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알라 Aug 27. 2018

카메라에 대한
내 생각 리프레임하기

20180826

너무 오랫동안 사진을 게을리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브런치도 게을리했다. 

지난 여행 사진들과 글을 올리고 싶어도 그때의 감정들과 기억들을 생생하게 담지 못해서 몇 자 적어 내려가다가 너무 포장되어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 안에 어떤 사진들을 최근에 찍었는지 메모리카드를 맥북에 꽂고 차근히 마우스로 넘겨 보았다. 카메라를 그토록 좋아했던 내가, 무겁다는 이유로, 또는 요즘 아이폰 화질이 괜찮다는 온갖 핑곗거리로 멀리하게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담은 사진들은 거의 90% 집에서 찍은 것뿐이었다. 주로 요리하면서 찍은 사진들 그리고 쓸데없이 의미 부여한 실내 장식 사진들. 사실 여행 갈 때만 내 카메라는 빛을 보는 거 같다. 여행 때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가장 크고도 유일한 이유는 비싼 돈 주고 가는 여행을 그리고 또다시 올 수도 없을 것 같은 곳들을 생생하게 담기 위해 가지고 다닌다. 사실 여행 사진들은 새로운 곳을 보고 기록하기 위해 찍기도 하지만 그때 느꼈던 설레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찍기도 하지 않나? 예를 들어 가우디 건축물 디테일에 놀라고 계신 엄마 아빠의 모습을 찍거나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눈살을 찌푸리는 동생의 모습을 찍는 사진들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루하루가 여행만큼 큰 즐거움과 행복을 안겨주지는 않지만 더없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날들인 건 분명하다. 내가 크고 작은 의미들을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고 불행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본다. 


돌이켜보니 다 똑같은 일상인 것 같아도 매일 먹는 음식 메뉴가 달랐고, 만나는 사람들도 달랐고, 날씨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내 감정상태도 달랐다. 더군다나 출퇴근하면서 읽는 책도 달랐고 운동을 하더라도 그날에 따른 운동법도 달랐다. 이렇게 나는 내 특별한 일상들을 특별하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내가 좋아하던 카메라를 '특별한 날'에만 가지고 다니는 비싼 장난감으로 취급한 것이었던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 내 일상을 더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줄 카메라를, 마치 내 가방 속에 가끔 생각날 때마다 가지고 다니는 핸드크림과 같은 존재로 여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제 카메라로 내 소확행을 담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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