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초등학생과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중학생 멘티의 멘토링을 진행했었다. 아이들의 부모님은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셨다. 아이들은 어른들과의 대화 시간이 부족했고 어른의 손길이 필요했다. 그때, 나는 천천히 우리나라 교육환경의 차이를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교생실습을 통해 다시 한번 환경의 격차를 느꼈다. 담당 학년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게 되어 학생들 모두 들떴다. 한편 한 학년에 수학여행을 못 가는 아이들도 있었고, 가지 않은 사유는 가정형편 혹은 교우관계 때문이었다. 아이들과 소통하며 누군가에겐 좋은 가정환경이 만들어 준 자신감과 능력이 누군가에게는 시작조차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자기 효능감과 탄성 회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단순히 할 수 있다는 말은 실질적인 힘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How'와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 혹은 그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
해외에서의 교육 경험 쌓아올리기
첫 해외 봉사경험은 네팔, 중국의 소외계층 학교에서 시작되었다. 봉사자들과 수업을 진행하며 교육환경의 격차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중국 북경의 고층빌딩이 빼곡한 중심가에서 약 30분 떨어진 학교로 가니 굉장히 낡은 학교와 순박한 아이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기본적인 학습 역량을 갖추지 못했었다. 불과 같은 공간에서 이렇게나 생활 수준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금은 개발도상국의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사업 실무가가 되었다. 기술학교에서 봉제/ICT/전기/자동차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교사들과 프로그램과 교재 등을 개발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사업을 운영하며 느린 속도에 답답한 마음도 컸지만, 이 일은 나의 색깔과 잘 맞는 일이라고 느낀다. 한국에서 당연하게 느꼈던 교실 등의 인프라,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학습관리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개선점을 찾아가고 있다.
시작하게 된 이야기
나의 10대 시절, 가장 영향을 많이 주었던 사람은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 저자 김수영 작가이다. 전 세계를 누비며 약 70여 개의 버킷리스트를 이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가정환경이든지 장애물이든지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며, 모든 사람들에게는 길이 열려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김수영 작가의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 책의 영향을 받아 스물한 살 일본 여행을 계기로 해외에 첫 발을 디디게 되었고 미국, 필리핀, 캐나다, 중국, 라오스 등에서 적게는 한 달, 길게는 1년을 지내게 되었다. 내 안에서 조금씩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힘을 길러왔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
방향성을 정하기가 어려웠었다.
학교 안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는 착실한 학생이었고 밖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활동가였다. 학업적으로는 중국어 전공, 섬유패션 비즈니스 복수전공, 교직이수 등을 수료했다. 수업 외에, 마케팅/의류무역/교육봉사/국제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거리낌 없이 도전했다.
1) 마케팅 : 광고 마케팅학회, 6개 공모전 참여
2) 의류무역 : 섬유패션 비즈니스 연계전공, 의류 박람회 대만관 통역, 파리 안경박람회 보조 통역 활동
3) 교육 및 봉사 : 지역아동센터, 중국 소외계층 학교, 네팔 초등학교 봉사활동, 교직이수, 중국어 정교사 2급취득 (중국어 교생실습)
4) 국제교류 : 영어기숙사 층장, 교내 국제교류사업센터 서포터스, 모의 국제회의 참여 등
'이 일들을 업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려웠다.
위와 같이 다양한 활동을 하며 여러 간접경험을 했다. 활동이 마무리되어갈 때쯤 지속성에 대한 고민은 끝없이 반복되었다. 대체로 70~80%의 흥미와 만족감은 있었다.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의 모든 답은 '아니다'였다.
졸업 후 마지막 관심분야인 국제개발협력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코이카 해외사무소 YP로 국제개발협력에 처음 발을 딛게 되면서 다행히도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사무소에서 1년 근무하며 국제개발협력에서 어떤 업무가 진행되는지 보고 배우며 프로젝트의 흐름을 이해했다. 개발협력분야에서 묵묵히 겸손한 태도로 일하시는 상사분들을 만났고 함께 성장하고 싶은 동료들을 만났다.
물 만난 물고기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보고 경험하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다. 폭넓은 분야에 관심이 많던 나의 적성과 딱- 맞았다. 불발탄 제거사업, 모자보건사업 등 생소한 분야들도 많았지만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분야였다. 이 일을 만나기 전, 여러 음식을 먹어보아도 이 음식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이제야 어떤 음식이 진짜 맛있는지 알게 된 것이었다. 계속 느껴왔던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답답함과 갈증이 해소되었다.
하고 있는 일과 다른 일을 저울질하지 않았다.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물음도 던지지 않았다. 당장에 알아야 할 것이 가득하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펼쳐진 세상에 진입하게 되었다.
끝없는 고민 끝에, 원하는 일을 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