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한 자연인처럼 제주 살기 <13>
오름에 오르기 전 아침은 간단하게 송편. 송편을 데웠는데 담을 통이 없네. 쿨하게 뜨거운 접시 채로 차에 탄다. 까짓 껏 안될 것 없지 않나. 도시였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시골이라 그런지 꽤나 자연스러웠다. 기안84말고 유리93. 뜨거운 송편을 호호 불며 먹으며 운전하는 해인에게도 먹여준다.
근처 정물오름에 오르려다 후퇴. 관리가 덜 된 오름은 풀이 무성해 들어가기가 어렵다. 아직 섬사람이 덜 되어 반바지를 입고 갔더니 바로 풀독이 오른다. 튀튀. 한번 갔던 오름, 금오름으로 다시 향한다. 연휴가 끝난 월요일.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것 같은 제주는 꽤나 조용하다. 사람이 없으니 오름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난리 부르스. ‘악어떼’ 노래 가사를 바꿔 ‘진드기떼’로 바꿔 부른다. 요새 지미에게 진드기가 자주 발견되어 사람도 조심하자는 의미.
문방구 방문. 숙소 근처 갤러리 구경을 다녀오니 크레파스로 색칠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방문한 문방구는 초등학교 앞 아기자기한 모습 그대로다. 다이소보다 문방구 들르길 잘했다. 사장님의 친절함과 동네 아이들의 취향을 실컷 엿보고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사 본다.
다가미 김밥에서 다시금 제주 최애 김밥을 사 먹고 바로 협재 해수욕장으로 풍덩. 오늘은 물이 많이 빠졌다. 물이 들어오는 시기. 물살이들도 함께 밀려 들어온다. 현무암 바위 근처는 거의 수족관이다. 숭어같이 생긴 물살이부터, 노랑 검정 줄무늬가 있는 물살이. 스노클링 하면서 물살이가 똥 싸는 것도 바로 앞에서 직관한다. 강아지 응아도 매일 보며 살고 있는데 물살이 응아까지 볼 줄이야. 어릴 적 어항에서 키우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밥 주려고 어항을 두드리면 알아듣고 몰려오던 조그마한 친구들. 생각해 보면 지미랑 금치랑 똑같네.
낮잠 없이 바로 물놀이 후 카페로 이동. 서귀포 쪽으로 드라이브 후 도착. 새로 산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린다. 심심함이라는 것을 오랜만에 느낀다. 안 해본 것들을 하게 된다. 이중섭의 황소 그림처럼 해인은 지미를 그린다. 도토리식당에서 영감 받아 조그맣게 그려본다. 사진만 찍고 넘어가는 것보다 그림으로 그리려니 자세히 보게 된다. 색깔 덕후에게는 제주는 천국. 오래 보아 더 예쁜 색감들.
협재로 돌아가는 길에 횡단보도에서 마주친 하교하는 아이들. 통통한 친구들이 꽤 보인다. 해인은 아동청소년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제주 비만율이 높았다고 했다. 지금은 어떤지 궁금해 바로 검색해 본다. 아동 청소년 비만율 10년간 1위 제주도. 지금은 2위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높다. 여러 기사에서 추측하는 이유로는 등하교를 자동차로 하고, 맞벌이 비율이 높아서라고 한다. 제주 난개발이 시작되는 시기와 비만율이 높아지는 시기가 겹친다는 기사도 있다. 큰 도로를 내야 부동산이 오르고, 걸을 수 있는 집 앞 골목길과 인도는 사라진다. 맞벌이를 할수록 인스턴트를 먹는 확률이 높아지고 운동 대신 tv시청이나 게임하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한다. 엄마의 책임이라고 생각되기 쉬운 부분이다.
오히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올레길을 걸으러 멀리서 찾아오는데 정작 이곳 아이들은 걷기 어려워진다니 아이러니하다. 제주에 오래 있으니 사랑하는 만큼 더 알게 된다. 제주 아이들도 맘껏 뛰어놀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