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한 자연인처럼 제주 살기 <12>
다시 일상이다. 모두가 돌아가고 난 후 저지오름에 오른다. 작년 저지리에서 어린이 탐험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저지오름을 소개하는 영상도 만들었는데 직접 올라가는 것은 이번에 처음.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둘레길에서 쉬고 있다. 이번에는 정상을 올랐지만 다음엔 찬찬히 둘레길을 돌아봐야겠다.
한동안 바깥음식을 먹어,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집밥을 해먹기로 한다. 제주에서 만든 된장으로 얼갈이 된장국을 끓이고, 해인표 제육볶음을 쌈싸먹는다. 서울에서부터 가져온 어머님표 열무김치도 함께 곁들이니 산뜻한 한 끼 완성. 후식은 정이와 철이의 송편. 시간이 지날수록(나이가 먹을수록) 한식이 속 편하고 깔끔하다.
근처 금능해수욕장 앞 지미를 위해 반려견 동반 카페에 방문한다. 상주견 보더콜리 루다와 씬나게 논 지미. 20키로 중형견은 애매한 삶이다. 소형견들은 보통 지미를 향해 짖고 무서워하고, 대형견들은 지미가 무서워한다. 진도믹스들은 자기들끼리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일명 종차별ㅋㅋㅋ 인종차별 말고 견종차별이다. 이번은 다르다. 지미와 비슷한 크기, 나이인 루다. 뽀뽀세례를 퍼부으며 아주 신나게 뛰어논다. 아이 부모가 되면 비슷한 개월수 아이들과 친해진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다음에 또 보자 루다.
집들이 민박은 두 채가 마주보고 있다. 앞동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에는 미취학 아동 남매와 엄마 가족이다. 아이들이 그려놓은 그림을 마주보는 창문에 세워두신다. 깨알 귀여움. 누나와 남동생은 둘이 다투고 소리지른다. 어릴 적 모습같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아이들 소리. 정이와 철이는 바로 참선을 시켰을거다. 13개월 차이라 기억이 나는 모든 순간부터 남동생과 함께다. 남동생은 정말 태어나서부터 나와 함께였겠군. 어릴 땐 죽기살기로 싸웠는데. 지금은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같다. 저 남매들도 나중엔 서로의 소중함을 알겠지.
하루만에 비행기 왕복을해서 그런지 결국 냉방병에 걸렸다. 따뜻한 물, 해인의 보살핌과 약 등으로 다행히 자고 일어나니 괜찮아진다. 노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하는 법. 혼자 아플 때는 그냥 끙끙 앓았는데. 지금은 보호자가 있으니 금방 낫게 된다. 감사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