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을 신고 날아올라

헐렁한 자연인처럼 제주 살기 <10>

by 모아나

아침엔 든든한 해장국. 제주 음식은 슴슴하다. 일부러 낸 짠맛이나 단맛이 아닌 그대로 맛 같이 느껴진다. 처음엔 소금을 빼먹으셨나? 싶었는데 그게 완성된 맛이라고 한다. 오히려 심심해서 자꾸 생각나는 맛. 해산물을 많이 먹으니 다른 음식에는 소금 간을 덜어내는 건가 싶다. 아니면 염전이 없어서 소금이 귀한가.


바다가 넘실댄다. 해수욕장 목까지 물이 찬다. 바람도 불어 파도가 높다. 서핑하는 사람들은 이제야 신이 난다. 우리도 어서 바다로 뛰어든다. 물개 친구와 함께 수영하니 더욱 기쁘다.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없는 대신 수영하는 법을 남겨준 게 아닐까. 자유롭고 가볍게 둥둥 떠다닌다. 날개 대신 오리발을 신고.


제일 귀찮은 집안일이 빨래 널고 개는 일이다. 여기서는 햇빛이 쨍하니 옷들을 널어두는 일도 재밌기만 하다. 아주 기분 좋아지는 일 중에 하나. 조금 쉬다가 한림매일시장에서 족발을 포장한다.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줄이려고 반찬통을 들고 간다. 친절한 사장님이 직접 반찬통 물기도 닦아주신다. “순대도 맛있겠다!”한 마디에 덤으로 숭덩숭덩 썰어서 몇 개 넣어주신다. 시장의 매력이랄까. 사실 테이블이 한 자리 남았는데 일손이 부족해 포장만 받는다고 한다. 자기 깜냥을 아는 사장님. 멋지다. 몇 개의 테이블이 있는 인생을 운영할 것인가. 하루 한 팀만 받거나, 대형 음식점으로 4층짜리를 운영하거나 전국 프랜차이즈를 만들 수도 있다. 세상에도 다양한 가게가 있는 것처럼 나의 깜냥에 맞는 인생을 찾아가야지.


친구들이 떠난 숙소에서 오랜만에 맞는 지금해유끼리의 저녁. 도보 15분 거리의 제주 치킨집으로 밤 산책을 가본다. 우리들의 발라드를 보면서 치킨을 기다린다.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놀이공원에 남겨진 버림받은 아이의 시선에서 쓴 곡이라니. 갑자기 복덩이 생각이 나 눈물이 쏟아진다. 작년 정이와 철이는 은퇴를 맞이해 진도믹스 복덩이를 시골집에 입양했다. 처음부터 입질이 있었는데 정이와 철이는 복덩이에게 크고 작게 개물림 사고를 당했다. 하루는 너무나 세게 물려 응급실까지 다녀온 철이. 특히 새별이라는 강아지를 입양한 이후로 공격성이 더 심해졌다. 너무나도 슬프지만 잘 키워줄 수 있는 철이 친구집으로 입양을 보내고 별이만 키우고 있다. 잘 살고 있다고 하지만 지미와 별이랑 잘 놀던 복덩이를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쏟아진다. 강아지들에게 설명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순창에 가면 맛있는 간식을 사들고 복덩이를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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