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
나이 듦에 따라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보기 시작했다.
이제 나에게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란 단지 내면을 넘어 말 그대로 정말 보이지 않는 오장육부가 건강한 질병 없는 내 신체의 아름다움이다.
5년 전 유방종양 제거 수술을 할 때도 암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남의 단어가 아닌 내 단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받아들였던 무서운 첫 단어였다.
같은 해 친한 친구가 위암으로 떠났다.
암으로 인한 동년배의 죽음으로 인해 무언가 모를 상실감, 허무함, 슬픔은 깊고 깊은 검은 바닷속으로 빠진 적이 있었다.
매년 정기검진을 받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오장육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이다. 내 오장육부의 건강함과 아름다움을 확인하는 일. 그것밖에 없었다.
매년 결과를 통해 뼈가 못생겨지고 있다는 이야기. 나의 지방층들이 근육층을 먹어버렸다는 이야기. 깨끗했던 곳에 염증들이 태어났다는 이야기 등등.
지난 12월 검사 결과 중 자궁 쪽에 추적검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때와 같이 6개월 뒤 추적검사 예약을 해놓았다. 그리고 또 어느 때와 같이 바쁜 일상에 전념했다.
5월, 예약해두었던 검사 예약 문자를 받고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 의심되었던 부분에 양성이 나왔다며 본원 조직검사 예약을 도와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서울대학교 건강검진 센터였기에 바로 서울대학교 본원에서 예약 잡기 위한 전화가 왔다.
예약을 하고 난 뒤 문자가 왔다.
‘서울대학교 본원 암병동.’
뒤에 붙은 암병동이라는 세 글자에 심장이 철컥 내려앉았다. 무수히 많은 병원들을 드나들면서도 암병동은 처음이었다. 무서웠다.
무섭고 걱정되는 마음이 산사태가 난 듯 이미 커져버렸지만 현재의 내 일상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산사태로 무거워진 몸과 마음을 끌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 수많은 내 자아들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별일 없을 거야.
아니야 암이면??
내가 내 몸을 자해한 거야.. 돌보지 않았어..
일은 그만둬야 하는 건가?
그럼 지금 일은 어떻게 하지?
아니야!! 별일 없을 거야!!
에이. 내가 설마 암 일리가..
누구보다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에 자신 있었다. 누구보다 힘든 것에 잘 적응하고 기복이 없는 것에 자신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떠한 상황에도 차분한 것에 자신 있었다.
누군가는 호들갑이라고 보일 수 있지만 처음 등장한 수많은 내 자아들은 내가 컨트롤 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결과가 좋게 나올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검사 예약 2주 후..
검사 후 결과는 그 일주일 후.
변하지 않는 다시, 일상.
그렇게 3주가 지났다.
진실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진실을 아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감당하기 힘들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