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로 쓰는 글들> '그냥 쓰는 글'이 오늘의 나를 다독였다.
어떤 날은 그랬다.
창밖은 맑은데, 내 안은 잿빛처럼 흐린 날.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조차 알 수 없던 날.
말하고 싶은데,
정작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던 날.
그저 시간에 떠밀려 살아가는 사람 같았다.
그런 날, 나는 글을 썼다.
메모든, 일기든, 모닝페이지든 상관없었다.
그냥 쓰기 시작하면
조금씩 나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구나.”
“내가 원하는 삶이 있었네.”
글을 쓰면서,
나는 처음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항상 남의 기준을 따르던 삶.
누가 좋다고 하면 따라 하고,
평균에 맞추려 애쓰고,
내 의견은 꺼내지 못한 채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인가 보다” 하며 살아온 시간들.
그 모든 것이
나를 지우는 일이었다는 걸,
글을 쓰며 비로소 깨달았다.
육아와 집안일로 가득한 하루.
나는 점점 지쳐갔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정작 나는 나 자신에게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조차 건네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나를 알아주기로 했다.
새벽 5시 55분.
세상이 아직 조용할 때,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든다.
모닝페이지 3쪽.
눈을 뜨자마자 펜을 잡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들을 꺼내 쓴다.
“졸리다.”
“할 일이 많다.”
심지어 아무 말도 안 되는 문장도 적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누가 보는 글이 아니니까,
그냥 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볍고 편해진다.
가끔은 웃기기도 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글을 통해 알게 되니까.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답답했던 마음, 억울했던 감정이
서서히 녹아내리기도 한다.
정식 상담은 아니지만,
글쓰기가 나만의 심리 치료 같았다.
나는 거창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다.
형식도 없고, 말하자면 그냥 ‘끄적거림’일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아무렇지 않은 글이
오늘의 나를 다독여준다.
글은 내 마음을 위로했을 뿐 아니라,
결국, 나를 움직이게 했다.
매주 금요일, 「다시, 나로 쓰는 글들」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