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도 CCTV가 있다
마루야, 첫 책을 쓴다. 순서대로 하자면 “나니아연대기”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그 책은 이제 겨우 3장을 지나고 있단다. 중간에 다른 책 몇 권을 읽었고, 그 이야기를 잊기 전에 먼저 적어두자.
너는 얼마 전에 학교 과제에서 CCTV 설치에 대한 의견에 이렇게 적었단다.
“우리 집 창문을 비추지 않으니까 괜찮다.”
드디어 이때가 왔나? 하며 아빠가 반갑게 꺼내든 책은 조지 오웰의 “1984년”이다. 분명히 책장 어딘가 있을 텐데 한참을 뒤지다가 결국 집 책장에서 찾아냈다. 두 권이나 갖고 있었네. 그중에 한 권은 ‘정훈교육용’이라는 도장이 찍혀있네. 아마 아빠 군대 제대할 때 갖고 나왔나 봐.
작가는 1949년에, 35년쯤 뒤에 올 미래를 상상하며 이 책을 썼단다. 나중에 살면서 네가 한 번쯤은 듣게 될 빅브라더Big Brother라는 단어도 이 소설에서 처음 등장한단다. 소설에는 사방을 감시하는, 곳곳에 박힌 렌즈가 등장한단다. 지금 CCTV와 닮았지. 소설 속에서 CCTV는 독재자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억압의 장치로서 등장하는데, 오늘날 우리 주변에 잔뜩 있는 CCTV는 약간은 다른 것도 같다. 우리 집에도 두 개 있잖아. 곧 두 개 정도를 더 추가할 예정이다. 하나는 주차장 쪽, 하나는 펜션입구 쪽에 두려고. 아, 우리 집 현관에도 추가할까? 조지 오웰이 이런 모습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할까.
조지 오웰의 답은 알 수 없지만, 그에 대한 대답을 들려준 다른 예술가가 한 명 있었다. 백남준은 이 소설에 대한 대답으로 실제 1984년 1월 1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 재기 발랄한 작업은 천재 소설가에게 보낸 천재 예술가의 유쾌한 편지 같다.
정치 또는 지배체제와 그 체제에 반응하는 개인의 문제는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다. 앞으로 소개할 책장의 책 중에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책들이 적지 않을 거야. 글쎄, 네가 반응하고 상대할 체제는 어떤 것일까?
체제 안에 있을 때는 그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것 같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그 밖에 잠시 나와 살펴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지. 대신 책을 통해서 비슷한 경험을 해볼 수 있겠다. 절대 책 읽으라는 강요는 아니다만, 읽어서 손해 볼 일은 없다고.
조지 오웰 / 198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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