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책장에 아빠의 책을 두는 날은 언제쯤 올까
마루에게 줄 책장을 위해 한 권씩 정리하겠다고 마음먹었고, 첫 번째 책으로 하필 읽지 않고 꽂아만 두었던 "나이아연대기"가 걸렸고, 하필 이 책은 1000페이지가 넘고, 이제 2장까지 읽었다.
마루도 알고 있을 만큼, 아내는 이미 스토리를 꿰고 있을 만큼 여러 번 되풀이 한,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내게도 있다. 마루는 한 번씩 묻는다. 아빠, 구름 소설은 언제 써요?
사자가 나오지 않지만, 내게는 그만큼이나 아름다운 이야기. 구름의 대륙. 그 대륙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의 이야기. 마루야. 기다려 봐. 아빠가 좀 늦기는 해도, 한다고 한 일은 대충 다 하긴 해.
일기를 쓰자고 이 챌린지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는데, 글에 들일 시간도 공력도 부족하다는 핑계로 하루의 토막을 겨우 옮겨놓고 있다. 신데렐라도 아닌 것이 꼭 자정이 가까워오면 종소리에 쫓기듯.
하루에 두 줄이라도 쓰는 작은 습관을 몸의 어느 작은 틈에라도 비집고 넣어두게 되면, 그게 돌틈에 박힌 씨앗처럼 슬금슬금 자라서 어느새 어엿한 글을 쓰는 나무가 될지도 모르지. 나니아왕국의 만물이 자라듯.
조급하지 않아야지. 찍어야 할 사진도 많고, 잡아야 할 물고기도 많고, 걸어야 할 길도, 항해해야 할 바다도 많고, 쓸고 닦아야 할 사방의 바닥은 어찌나 줄어들지 않는지.
문 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문 열어달라고 기티가 운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까지.